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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세 NC, 4강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을까?

2013 프로야구, 전반기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프로야구 아홉번째 구단 NC였다. 사실 NC는 올시즌 프로야구 흥행의 열쇠와도 같았다. 신생팀이 프로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기존 구단의 '제물'이 됐을 땐 당장 흥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 면에서 NC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해냈다. 전반기 28승3무45패로 승률 3할8푼4리, 순위는 꼴찌가 아닌 8위다. 한화(22승1무51패, 승률 3할1리)를 제쳤다. 올시즌 중위권 혼돈을 이끈 '승률 인플레' 현상의 주범을 피하고, 신생팀의 돌풍을 일으켰다.

4할 승률을 바라보는 현 시점에서 NC는 역대 신생팀 최다 승률에도 도전한다. 지난 86년 7구단 빙그레(현 한화)는 승률 2할9푼에 최하위로 프로에 데뷔했다. 하지만 91년 1군에 진입한 여덟번째 구단 쌍방울은 승률 4할2푼5리로 공동 6위를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해체된 쌍방울 선수단을 기반으로 창단한 SK는 2000년, 승률 3할3푼8리로 양대리그를 통틀어 가장 낮은 승률을 기록했다.

▶NC의 전반기, 한 편의 드라마 같던 성장세

현재 NC의 모습을 보자면, '돌격대'로 불렸던 쌍방울의 첫 시즌에 버금가는 모습이다. 신생팀다운 젊음과 패기가 돋보이는 것은 물론, 기존 구단에서 이적한 선수들이 제2의 야구인생을 펼치는 장이 되고 있다.

전반기 NC의 성장세는 '드라마틱'했다. 첫 선을 보인 4월은 최악이었다. 4승1무17패로 고작 1할9푼이라는 승률만을 기록했다. 개막 후 7연패 끝에 첫 승을 올렸고, 이후 또다시 9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4월 한 달 간 27개의 실책을 저지를 정도로 '오합지졸'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이때문에 프로야구 질적수준 저하의 주범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내부적으로도 '이 정도일 줄 몰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5월부턴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던 '대형 신인' 나성범과 SK에서 이적해 주전 자릴 꿰찬 모창민이 돌아왔다. 그리고 4월 중순 넥센과의 트레이드로 영입한 지석훈과 박정준이 내외야의 중심을 잡았다.

하나씩 퍼즐이 맞아갔다. 4월 최다실책팀 NC는 5월 들어 단 10개의 실책만을 범하며 순식간에 최소실책팀으로 변모했다. 환골탈태한 NC를 설명해줄 수 있는 가장 눈에 띄는 지표다. 승률도 놀라웠다. 5월 들어 12승1무10패로 5할 승률을 넘어섰다. 5월 승률만 놓고 보면 당당히 4위다.

6월엔 베테랑 손민한이 복귀하면서 선발로테이션에 한층 짜임새가 생겼다. 토종에이스 이재학이 마무리로 갔다 다시 돌아오는 시행착오가 있긴 했지만, 외국인선수 3인방과 이재학 손민한으로 이뤄진 선발로테이션은 9개 구단 중 정상급이었다. 선발투수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인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 횟수는 43회로 당당히 1위다.

선발진이 빠르게 안정화되면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불안한 뒷문 문제는 NC의 마지막 고민이다. 시행착오 끝에 지난해 우선지명한 신인 이민호가 마무리 자릴 꿰찼지만, 여전히 필승조 구성에 문제가 있다.

신생팀의 놀라운 성장세를 이끈 김경문 감독이 풀어야 할 마지막 숙제다. 김 감독은 전반기 종료와 함께 손민한을 불펜으로 돌리겠다고 선언했다. 손민한이 투구수에 대한 부담을 느끼자, 새로운 활용법을 찾겠다는 것이었다. 불안했던 불펜 보강의 마지막 퍼즐이 될 지 지켜볼 일이다.

▶부담되는 NC, 후반기 4강 싸움 캐스팅보트 쥔다

사실 이쯤 되면, 순위싸움에서 탈락한 팀들은 '리빌딩'을 선언하고 맥 빠진 경기력을 보이기 마련이다. 일찌감치 시즌을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하겠단 의미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최하위 한화를 제외하곤, 남은 시즌을 허투루 보낼 팀은 없다.

특히 일정궤도에 오른 NC가 부담스럽다. 김 감독을 비롯한 NC 구성원 모두 지금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좀더 전진하겠단 생각이다. 한화발 승률 인플레 현상은 어느 정도 계속될 것이다. 한화가 리빌딩에 초점을 맞추고 선수단을 운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반면 NC는 8위임에도 껄끄럽기만 하다. 잃을 게 없는 신생팀은 거침없이 달려든다.

전반기 3위 넥센부터 6위 롯데까지 승차는 3.5게임차에 불과하다. 1~1.5게임차로 붙어있다. 3위 넥센 역시 선두 삼성과 3게임차 밖에 나지 않는다. 대개 이런 혼전 양상이 펼쳐질 경우, 약팀에게 지는 건 '치명상'과 같다. 다른 팀이 수월하게 승수를 쌓는 상대에게 패하는 건 1패 이상의 충격이 있다. NC의 역할이 커진 이유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후반기 전망에 대해 "전력 평준화로 순위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가 정말 중요하다. 최약체 전력인 한화와 하위권에 처져 있지만 전력이 알찬 NC전 성적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NC는 초반부터 상대전적이 강한 팀들에게 유독 자신감을 갖고 있다. 첫 승과 첫 스윕을 달성했던 LG가 대표적이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잠실에서 3연패를 당하면서 상대전적에서 5승6패로 밀리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껄끄러운 상대다.

NC가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유일한 팀은 7위 SK다. 6승3패로 크게 앞서 있다. 지난 4월14일 홈에서 스퀴즈번트로 첫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는 좋은 기억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역 라이벌로 부각되고 있는 롯데도 NC가 부담스럽다. 두 팀의 상대전적은 5승1무5패로 팽팽하다. 특히 만나기만 하면 한쪽으로 승패가 쏠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그만큼 만나기만 하면 양팀 모두 분위기를 탄다는 말이다. NC는 넥센 상대로도 4승5패로 선전했다. 넥센 역시 전력에 불안요소가 있기에 벌어진 현상이다.

상대적으로 선두 삼성(1승1무6패)이나 두산(2승9패) KIA(2승1무5패) 입장에선 NC가 편할 수 있다. 상대전적에서 크게 앞섰다. NC는 좀처럼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두산의 경우, NC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변수가 될 수 있다. 팀당 16경기를 치르는 올시즌, 고작 5경기만이 남았다. 현재 승률 역시 NC전 우세가 바탕이 됐다는 말이 될 수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