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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은 왜?]'조용태 카드'로 '리턴매치'서 웃은 수원

13일 제주와 수원의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가 열린 제주월드컵경기장. 키워드는 '리턴매치와 잇몸'이었다.

양 팀은 10일 FA컵 16강전을 치렀다. 당시 제주가 송진형의 골을 앞세워 1대0 승리를 거뒀다. 무대가 달라졌다. 클래식은 전쟁 중이다. 한경기 승패에 따라 순위가 몇계단씩 오르 내린다.

'리턴매치'의 중요한 변수가 있었다. 수원이 주중 내내 제주에 머물며 홈, 원정에 대한 어드밴티지가 사라졌다. 제주는 원정팀의 무덤이었다. 제주를 방문한 팀은 1~2일만에 제주의 기후와 토양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수원은 적응 부분에서 한결 부담없이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체력도 변수였다. '잇몸'들의 활약도 중요했다. 양 팀 모두 부상과 징계로 주축선수들이 대거 빠졌다. 정상 전력을 구축하기 어려웠다. 백업 멤버들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적절한 선수 기용과 교체타이밍이 중요한 경기였다.

웃은 쪽은 수원이었다. 수원은 후반 30분 교체투입된 조용태의 결승골로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수원은 제주전 3연패를 끊으면서 5위로 점프했다.

▶이른 선제골의 제주, 당황하지 않은 수원의 반격

박경훈 제주 감독은 4-4-2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 감독은 미드필드에 승부수를 띄웠다. 송진형-윤빛가람, 더블 플레이메이커를 구축했다.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올 것을 예상해 볼을 소유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이었다. 박 감독은 "상대가 한번 졌기 때문에 정신 무장이 잘 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공격적으로 나올 것을 예상해 우리의 플레이를 극대화하자고 강조했다"고 했다. 문제는 수비였다. 오반석이 부상, 홍정호가 징계로 출전하지 못하며 중앙수비가 붕괴됐다. 박 감독은 새롭게 영입한 황도연-이 용으로 수비를 구축했다. 두 선수 모두 왼발잡이라는 것이 걸렸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의 상황은 더 어려웠다. 선수들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변화를 줬다. 이용래 서정진 홍 철 등 빠른 선수들을 배치했다. 서 감독은 "제주는 수비가 약하다. 빠른 선수들을 전방에 배치해 강한 전진 압박을 요구했다. 제주가 같은 선수들로 경기를 치른 적이 많아 체력에서도 앞선다는 판단을 했다"고 했다.

시작은 제주가 앞섰다. 전반 1분만에 마라냥이 선제골을 넣었다. 제주의 공세는 계속 이어졌다. 제주로서는 전반 5분 정성룡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맞이한 페드로의 슈팅이 골이 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박 감독은 "그 골이 들어갔더라면 대승도 가능했다"며 아쉬워했다. 수원은 예상 못한 실점에도 침착함을 유지했다. 서 감독은 벤치에서 "우리 경기 하자. 일단 볼키핑해서 천천히 하자"는 지시를 내렸다. 선수들은 서 감독의 말에 안정을 찾았다. 분위기를 끌어올리던 수원의 라돈치치가 전반 21분 동점골을 뽑았다. 서 감독은 "좋은 시점에서 골이 터졌다. 덕분에 정상적인 경기를 할 수 있었다. 골이 늦게 터졌으면 지난 경기 패배에 대한 충격과 함께 심리적으로 말릴 수 있었다"고 했다.

▶체력 떨어진 제주, '조용태 카드' 적중한 수원

전반전이 끝나고 양 팀 감독 모두 '자신만의 플레이'를 강조했다. 박 감독은 "0-0이라 생각하고 다시 시작하자. 우리 플레이를 하자"고 선수들을 다독였다. 서 감독도 "좋은 경기를 했다. 이대로만 하자. 관중석을 보라. 하루종일 배를 타고 온 팬들도 있다. 그들에게 힘이 되도록 우리만의 축구를 펼치자"고 했다.

후반에도 양 팀 모두 치열한 공방전을 거듭했다. 골이 좀처럼 터지지않자 박 감독과 서 감독은 모두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수원은 후반 11분 박종진과 조동건을 맞바꾸며 화력의 세기를 더했고 제주는 후반 13분 송진형 대신 오승범을 교체 투입하며 중원의 안정감을 꾀했다.

분위기는 조금씩 수원쪽으로 기울었다. 제주의 기동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뛰지 못하더라. 상대의 뒷공간을 노리는 플레이를 주문했는데 뛰어가는 속도나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여기에 전방의 압박도 주중 경기보다 좋지 않았다"고 했다. 박 감독은 결국 최전방에 변화를 줬다. 후반 24분 서동현을 빼고 이진호를 투입했다. 그러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반면 서 감독의 교체카드는 멋지게 적중했다. 수원은 후반 28분 부상을 한 서정진 대신 조용태를 출격시켰다. 승부수는 그대로 적중했다. 후반 30분 홍 철의 코너킥을 조용태가 헤딩슛으로 역전골을 뽑아냈다. 서 감독은 "조용태는 준비된 카드였다. 근래 경기를 너무 잘했다. 이번에도 해줄 것이라고 믿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경기를 뒤집은 수원은 후반 33분 홍 철을 빼고 곽희주를 투입하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역전을 허용한 제주는 후반 36분 배일환을 투입,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그러나 후반 43분 배일환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나오는 등 결정력 부족에 울었다. 박 감독은 "결정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볼 수 있는 경기였다. 넣어줄 찬스에서 넣었다면 쉽게 갈 수 있는 경기였다"며 고개를 떨궜다. 반면 서 감독은 "어려운 시기에 중요한 승점 3점을 얻었다"며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