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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논란' 징계보다 시급한건 재발 방지 노력

기성용(24·스완지시티)의 SNS 논란을 두고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징계가 마땅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그동안 겉으로 드러난 이미지와 달리 온라인의 비밀 공간에서 입에 담기 힘든 뒷담화를 서슴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괘씸죄'가 작용한 듯하다. 솜방망이 징계에 그친다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며 확실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과연 '징계'만이 이번 사태의 유일한 수습책일까. 축구인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교육을 강화하는 등 긍정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기성용 사태, 재발방지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전자는 K-리그 클래식 최고령인 김호곤 울산 감독, 후자는 안익수 성남 감독의 얘기다. 현역 K-리그 감독들은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조롱글의 대상이 된 최강희 전북 감독도 입을 열었다. "기성용은 한국 축구를 위해 큰 일을 해야 하는 선수다. 감독도 바뀌었으니 열심히 하기를 바란다."

기성용이 페이스북에 적은 글들이 대중에 안긴 충격은 상당했다. 기성용은 잘못을 뉘우치고 5일 즉각 사과했다. 기성용의 부친인 기영옥 광주시축구협회장이 직접 파주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를 찾아 아들을 대신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기성용의 사과 이후 최 감독이 제자를 감싸 안았다. 당사자간 문제는 일단락됐다.

사태가 수습되고 있는 상황에서 징계만이 모든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정답'은 아닐 것 같다. 때로는 징계보다 '힐링'이 선수에게 더 큰 깨달음을 줄 수도 있다. 전례가 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박주영(아스널)의 병역 논란이 불거지자 홍명보 감독(당시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직접 나섰다. 기자회견에 동석해 "군대를 안 가면 내가 대신 가겠다"는 말로 여론을 잠재웠다. 기성용도 마찬가지다. 기회를 줘야 한다. 선수를 먼저 보호하고 관리를 하는 것이 감독과 협회의 의무다. 홍 감독은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문제를 일으킬 때에는 먼저 설득에 나설 것이다. 선수 중에는 일일이 지적을 해야 하는 선수도 있지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깨닫는 선수도 있다. 계속 지적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선수가 있다면 팀을 위해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홍 감독의 확고한 철학이다.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진정한 징계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단 두번은 안된다. 다만 '선수 보호'를 해야할 협회가 나서서 선수를 일벌 백계 하는 것보다 아픔을 감싸 안고 대표팀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다. 이번 사건은 대표팀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줄 '예방주사'가 될 수 있다. 주사위를 대표팀 선발을 할 홍 감독에게 넘기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 속에 자체 징계 혹은 힐링의 의미가 담길 수 있다.

협회에서도 기성용 징계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란의 중심이 된 기성용의 비밀 계정 페이스북은 '공개의 목적'이 아니었다. 기성용은 그동안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팬들과 소통했다. 공개된 SNS와 비밀 계정과는 별개다. 대중을 향해 공개할 목적이 아닌 지인들과의 뒷담화를 위해 적어 놓은 글을 두고 협회에서 징계를 한 다면 또 다른 파문이 일 수 있다.

협회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기성용이 국가대표 선수로 대표팀의 명예를 실추시킨 부분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원활한 수습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협회 차원에서 징계 보다 먼저 필요한 건 이 같은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힘쓰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편, 협회는 이번 사태와는 별도로 "대표 선수들의 인성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표팀 소집 기간동안 건전한 SNS 사용을 권고하는 지침을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