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현장속으로]'요절복통' 부산 선수단-팬들의 첫 만남

'부산 아이돌파크(아이돌+아이파크)'에서 키스를 가장 잘 할 것 같은 선수는 누구일까. 유독 미남 선수가 많은 부산에서 최고의 '얼짱'으로 뽑힌 선수는 누구일까. 또 1등 신랑감과 가장 눈치가 없는 선수는 누구일까.

23일 부산 동래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첫 만남의 날 2013'. 부산 선수들과 팬들이 처음으로 만나는 날이었다. 이날 초청된 팬들은 시즌권을 구매한 팬들이었다. 98%가 여성 팬들이었다. 100여명이 넘는 여성 팬들은 행사 시작 두 시간 전부터 입장을 위해 줄을 섰다.

행사 초반의 분위기는 다소 어색했다. 분위기 전환은 윤성효 부산 감독이 시켰다. '부산과 수원 팬들의 외모를 비교해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윤 감독은 재치있게 답했다. "부산에는 여성 팬이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 아직 부산 여성 팬들의 얼굴을 못봐서 판단하기 힘들다"며 웃었다. 선수들도 다부진 각오를 전하며 분위기를 점점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분위기 메이커는 신인선수들이 맡았다. 골키퍼 김기용과 정석화였다. 김기용은 "골대를 부수는 것 같은 투지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정석화도 "긴 말 필요없이 딱 한 마디만 하겠다.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담대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팬들의 투표로 이뤄진 이색 설문의 결과 발표였다. '키스를 가장 잘 할 것 같은 선수'에는 '독도남' 박종우가 뽑혔다. 이창근 구현준 이경렬을 압도적으로 제쳤다. 쑥스러운 표정을 짓던 박종우는 이내 재치있는 입담으로 행사장을 폭소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그는 "감사하다. (키스를 잘하려고) 노력 중이다. 사실 잘 하진 않는다"고 했다. 사회자의 짖궂은 질문이 이어졌다. '최근 한 키스는 언제냐'는 물음이었다. 박종우는 당당하게 말했다. "어제요." 팬들은 신세대 축구선수의 솔직함에 환호했다. 다음은 최고 '얼짱'을 뽑아달라는 설문이었다. 후보는 한지호 임상협 정석화 김익현이었다. 팬들은 한지호를 2013년 최고의 얼짱선수로 택했다. 당당하게 무대 앞으로 걸어나온 한지호는 "짧게 한 마디만 하겠다. 드디어 이겼다"고 했다. 그 동안 부산의 얼짱선수는 임상협으로 통했다. 한지호도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미소년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번번이 임상협의 벽을 넘지 못했다. 사회자의 태클은 또 이어졌다. 김익현에게 '후보 중 가장 외모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고 핀잔을 줬다. 그러자 김익현은 숨은 입담을 과시했다. 그는 "생긴 것보다 매력이 중요하다. 한지호보다 내가 매력이 더 있다. 바로 '털'"이라고 전했다. 김익현은 턱수염을 고급스럽게 기르고 있다. 한지호는 인정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는 털 빼고 밀리지 않는다"며 맞받아쳤다. 다음은 1등 신랑감 결과 발표였다. 팬들이 인정한 1등 신랑감은 주장 박용호였다. 박용호는 "팬들이 사람을 제대로 본 것 같다. 결혼 생활을 잘하고 있다"고 했다. 비결을 묻자 "여자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집안 일은 최근 잘 도와주지 못한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박용호는 팬들에게 "배려심있는 남자를 만나야 한다. 나는 배려심 하나로 살아왔다"며 유쾌함을 전했다.

팬들의 질문 시간도 주어졌다. 가장 인상적인 질문은 임상협에게 향한 것이었다. 한 여성 팬은 약간 혀가 짧은 임상협에게 "시옷 발음이 잘 안되지요"라며 짖궂은 질문을 했다. 사회자도 이틈을 놓치지 않았다. 임상협에게 '소세지' 발음을 3회 요청했다. 임상협은 예상대로 발음이 샜다. 다시 한 번 행사장은 폭소 콘서트장으로 변했다.

신인선수들의 장기자랑은 웃음의 방점을 찍었다. 이정기 정석화 김기용 김도형 권진영 등 5명은 최근 유행한 '짜라빠빠 댄스'를 패러디했다. 이들은 최근 재미있는 장기자랑을 펼친 수원의 신인선수들에게 밀릴 것이 없다는 강한 승부욕을 드러냈다.

이후 무대에 있던 선수들은 팬들과의 거리를 더 좁혔다. 팬들 사이사이에 앉아 악수, 사진찍기, 사인, 대화를 나눴다. 팬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팬들의 모든 요청을 들어줬다. 이날 주인공은 자신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이유인 팬들이기 때문이었다. 이범영과 박종우는 행사가 끝난 뒤 밀려드는 팬들의 사인과 사진찍기 요청을 모두 받아주며 프로의식을 보여줬다.

부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