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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장타력 침묵, 한국만의 고민일까

타선이 터지지 않는 것은 한국 대표팀만의 고민일까.

대만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대비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대표팀은 그동안 3차례 연습경기를 가졌다. 하지만 이승엽 김태균 이대호로 이어지는 막강 클린업트리오가 홈런 등 장타를 터뜨리지 못해 류중일 감독의 고민이 큰 상황이다. 세 선수는 23일(이하 한국시각) NC와의 연습경기에 모두 출전했지만, 합계 11타수 3안타를 치는데 그쳤다. 홈런 역시 없었다. 김태균 2안타, 이승엽 1안타로 그나마 타격감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점에 만족해야 했다. 3경기에서 이들 3명의 합계 기록은 31타수 6안타(타율 0.194), 1타점이다.

이승엽은 "이전 국제대회 때보다 타격감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회때까지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이승엽의 말대로 타격감은 사이클을 타게 마련이고, 훈련량과 실전 감각에 따라 언제든 오를 수 있다. 이들 모두 타격감이 정상 궤도에 오르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각자 겨울 동안 개인훈련을 진행했지만, 실전 감각은 대만 캠프에 와서 끌어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국가들의 상황은 어떨까. 2라운드에서 만날 일본 역시 중심타선의 컨디션이 그다지 좋은 상황은 되지 못한다. 일본 대표팀은 현재 친선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점검하고 있다. 23일 열린 호주와의 경기에서는 3대2로 역전승을 거뒀지만, 아베(요미우리), 이토이(오릭스), 나카타(니혼햄) 등 중심타선은 침묵했다. 일본은 최근 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제출할 때 지난해 양대리그 도루왕 오시마와 히지리사를 모두 빼며 스몰볼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 그렇다고 장타력을 크게 강화한 것도 아니다. 일본 역시 자국에서 열리는 1라운드를 앞두고 실전 감각 배양에 신경을 쓰고 있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 훈련중인 각국 대표팀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가 속한 C조와 미국, 캐나다가 겨루는 D는 3월8일부터 1라운드를 펼친다. 아직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이들 국가의 메이저리거들은 해당 소속팀에서 시범경기를 가진 뒤 대표팀에 합류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타자는 라이언 브런(밀워키), 데이비드 라이트(뉴욕 메츠), 마크 테셰이라(뉴욕 양키스) 등이다. 브런은 24일 오클랜드와의 시범경기에서 솔로홈런을 터뜨리기는 했지만, 라이트와 테셰이라는 각각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시범경기 초반 타격감이 제대로 올라와 있을 리가 없다. 캐나다의 경우 수술 경력이 있는 저스틴 모어노(미네소타)는 아직 시범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있고, 조이 보토는(신시내티)는 23일 클리블랜드전에서 3타수 2안타를 쳤다. 장타는 없었다.

미국, 일본과 함께 우승 후보로 꼽히는 도미니카공화국은 로빈슨 카노(뉴욕 양키스)가 홈런 1개를 쳤을 뿐, 미구엘 테하다(캔자스시티), 핸리 라미레스(LA 다저스), 호세 레이예스는 아직 웜업 수준의 타격을 하고 있다. 타선이 크게 강화된 베네수엘라는 간판타자 미구엘 카브레라(디트로이트)가 2경기에서 6타수 1안타, 1홈런을 기록했고, 지난해 월드시리즈 MVP 파블로 산도발(샌프란시스코)과 아스드루발 카브레라(클리블랜드)는 아직 홈런이 없다.

보통 스프링캠프에서는 투수들보다 타자들이 실전 감각을 찾는데 시간을 더 필요로 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3월 중순 정도나 돼야 거포들이 본격적으로 홈런포를 가동시킨다. 지난 두 차례 WBC에서 한국, 쿠바 타자들의 장타력이 더 돋보였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3회 WBC에서도 양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과 김태균은 지난 1,2회 WBC때 본 대회에 들어서 타격감을 끌어올리며 홈런-타점왕에 올랐던 경험이 있다. 현재 장타력이 발휘되지 않고 있음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감각과 컨디션을 경기 당일 맞추는게 중요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