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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고있는 재계, 총수 줄소환-뒤늦은 선심이벤트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대선 공약 이행 의지를 강조할 때마다 움찔 움찔하는 이들이 많다.

이번 겨울 재계, 특히 재벌 총수들은 '날 선' 연말연시를 맡고 있다.

오너가 줄줄이 소환되고, 법정구속, 실형 선고가 이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죄를 지어도 경제발전 기여 등을 이유로 집행유예 끝에 법원을 걸어나오며 "죄송하다. 경제발전에 더 힘써 잘못을 만회하겠다"던 소감발표가 잦았다. 이제는 '죄목대로, 형량대로' 판결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12월 김승연 한화 회장이 구속된 뒤 올 1월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년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비리 기업인 '일벌백계 시범케이스'란 얘기가 나온다.

이달 초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 등으로 검찰에 소환돼 강도높은 조사를 받았다. 이마트는 노조활동 방해 등으로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재계는 긴장하고 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항소심과 300억원 가량을 횡령하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부적절한 기업어음을 사기 발행한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LIG그룹 오너 등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재벌 오너들이 많다. 이들 외에도 법원은 지난 4일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검찰로부터 약식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을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또 현대자동차 역시 사내하청 불법파견 여부를 놓고 민감한 상황이다. 향후 법원의 단죄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박근혜 당선인 경제공약의 큰 골자 중 하나는 경제민주화다. 공정과 상생이 주제다.

기업의 신규순환출자 금지와 금융사의 계열사 지분 의결권 제한 방안 등 당선인의 공약은 제대로만 시행되면 재계 입장에선 상당히 곤혹스런 규제가 된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통해 재벌의 무분별한 사업확장과 재무건정성 악화, 중소기업의 텃밭 침범 등을 막을 수 있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와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최소한의 재계 봐주기'도 필요하다는 논리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드는 측면이 있지만 박 당선인은 큰 틀에서 공약 이행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강경 분위기를 감안, 각 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적극 부응하는 대책을 서둘러 내놓고 있다.

하지만 선심성 이벤트의 약효에 대해선 의문이다.

한화는 지난달 비정규직 직원 2000명을 정규직으로 일괄전환시켰다.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사례는 있지만 기한에 포함 안된 비정규직의 대거 정규직 전환은 10대그룹 중 한화가 처음이었다.

한화가 주장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행 이면에 김승연 회장의 구속으로 인한 일종의 '유화 제스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마트 역시 여직원의 출산 육아를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임신 여직원의 근무시간을 1시간 단축하고 출산-육아 휴직을 최대 3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마트측은 이미 일부 사업장에서 시행하던 것을 전국 사업장으로 넓혔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SK그룹은 한발 더 나아가 최태원 회장이 구속전 그룹 총수의 권한을 대거 내려놓아 눈길을 끌었다.

회장과 지주사의 권한을 줄이고, 계열사의 자율 경영을 보장하는 운영기조를 만들었다. 다분히 재판부와 정부를 향해 뭔가를 얘기하는 모양새였지만 구속을 막진 못했다. 최근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받게된 GS그룹(GS칼텍스)도 허창수 회장의 특별지시로 사회공헌 조직을 개편키로 했다. 이밖에 사회공헌본부(전무급 본부장)를 신설한 태광그룹 역시 오너인 이호진 전 회장의 항소심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