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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170억에 맞선 144분 '절박한 베팅'

3사 수목드라마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전우치-대풍수'가 종영한 빈자리에 '아이리스2-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투입됐다. 여기에 '7급공무원'이 기다리고 있다. 라인업을 놓고 봐도 어느 드라마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치열한 시청률경쟁을 예고한다. 그래서 첫 대결이 중요하다. 13일 첫방송하는 아이리스2와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겐 더욱 말이다.

그런데 상당히 흥미로운 사건이 발생했다. SBS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1,2회를 연속 방송하기로 전격 결정한 것이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편성이다. 이를 지켜보는 KBS 아이리스2나 MBC 7급공무원 측에선 달가울 리 만무하다. 편성은 방송사의 고유권한이긴 하나, 지상파 드라마 방송 3사간에 맺은 '72분 룰'을 교묘하게 어긴 꼼수, 반칙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SBS측은 드라마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편성이다. 한 회에 72분을 넘기지 않고, 2회 연속 편성을 한 것으로 72분 룰을 어긴 반칙 편성은 아니라며 해명했다. 더군다나 드라마 그겨울은 이미 상당히 많은 분량을 사전 제작한터라 첫주에 총 3회 방송이 무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겨울' 김규태 PD는 편성권을 쥔 SBS방송사의 결정을 따랐을 뿐이라고 밝혔다.

새수목드라마가 선을 보이기도 전에, 드라마 외적으로 방송 3사간 신경전부터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왜 드라마 '그겨울 바람이분다'는 72분 룰을 어긴 반칙성 편성이란 말이 나올 걸 예상할 수 있음에도, 굳이 1,2회를 연속 편성한 것일까. SBS측의 설명대로 영화같은 느낌, 드라마의 집중도? 결국은 드라마의 경쟁력이다. 그리고 시청률이다.

정통멜로를 표방하는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국내에도 꽤 알려진 일본드라마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의 리메이크작이다. 즉 원작이 있다. 때문에 드라마가 중간에 방향을 잃고 헤매는 일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여기에 베테랑 노희경작가와 김규태PD의 손을 거쳐 새롭게 태어난다. 배우는 어떤가. 비주얼 커플 조인성-송혜교에, 한 연기하는 배종옥-김태우, 패기의 김범-서효림-정은지까지 타드라마 부럽지 않다. 제작진과 출연진만 놓고 봐도 드라마의 완성도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경쟁작이고, 시청률이다. 아무리 명품드라마라도 시청자가 봐주지 않으면 의미는 퇴색하기 마련이다. 그 겨울이 딱 그 상황에 놓일 수 있었다. 시작 전 경쟁력이 가장 떨어진다고 평가받았던 '7급공무원'은 주원-최강희를 앞세워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물론 지난 5,6회를 통해 한풀 꺽이며 시청률 하락세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고정시청자를 어느 정도 확보한 상황이다.

아이리스2는 어떤가. 전작인 이병헌-김태희 주연의 '아이리스'의 성공만으로도 충분히 홍보가 가능했던 작품이다. 여기에 170억이란 제작비를 투입해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불록버스터 액션로맨스의 성공 신화를 기대중이다. 신뢰의 배우 장혁을 필두로, 이다해-이범수-오연수-임수향 등 캐스팅면에서도 경쟁력을 담보했다.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경우, 대부분 1~4회에 걸친 초반에 사실상 승부가 결정난다. 4회안에 어느 정도 시청자를 사로잡지 못하면, 중반으로 넘어갈수록 경쟁에서 더욱 뒤처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딜레마가 시작된다. '그겨울'은 멜로드라마의 특성상 긴 호흡으로 갈 수밖에 없다. 초반에 시청자를 붙들만한 깜짝 카드가 경쟁작에 비해 생각만큼 많지 않다. 조인성-서효림 베드신 정도의 홍보로는 맨땅에 헤딩수준이다.

반면 아이리스2의 경우, '170억원'의 제작비에서 읽을 수 있듯이, 적어도 1,2회는 안방에서 보기 드문 신선하고 파격적인 볼거리를 기대할 수 있다. 액션장르는 돈이 들어간 만큼 퀄리티가 나오기 때문이다. 1,2회에 시청자를 사로잡을 확실한 카드가, 아이리스2에는 '170억원'이란 베팅에서 드러난다. 7급공무원의 경우, 6회를 끝마친 상황이라 선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나온 '그겨울'의 초반 승부수가 1,2회 연속 편성을 통한 '72분+72분=144분'의 베팅이다. 7급공무원의 '6회' 선점효과, 아이리스2의 제작비 '170억'에, 그겨울은 '144분'으로 계산서를 맞춘 셈이다. 그겨울의 꼼수나 반칙을 논하기에 앞서, '144분'이 의미하는 절박함이 느껴진다. 경쟁력의 윤곽이 드러나는 첫방송, 첫주에 최소한의 균형추는 맞춰놔야, 이후 내용으로, 작품으로 승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가 1,2회를 연속 방영하는 총 144분의 편성자체는 꼼수에 가깝지만, '7급공무원'의 6회-아이리스2의 '170억원'의 힘에, 결코 초반부터 묻히지 않겠다는 그 겨울의 의지의 한수 144분을 마냥 비판할 순 없다. 오히려 시청자입장에선 일단 '그겨울'을 보고 판단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나쁠 게 없다. 단지 그겨울의 파격편성 결과에 따라, 향후 방송3사간에 본격적인 꼼수전쟁이 발생할진 모르겠으나.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144분 편성은 일종의 꼼수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만큼 작품에 자신있다, 경쟁력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경쟁드라마와 견주어 자신이 없고, 경쟁력이 없다면, 1,2회를 연속 방영하는 무리수를 동원해봐야 소용없기 때문이다. 7급공무원 6회의 선점효과-아이리스2의 제작비 170억원-그겨울의 1,2회 144분 편성으로, 새로운 수목드라마 경쟁에 있어 외형적인 균형추는 대강 맞춘 셈이다. 이제 시청자의 선택만이 남았다. 마지막에 웃기 위한 시작,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경쟁을 예고하는 수목극전쟁은 13일 오늘 개봉박두.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 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