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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 생일에 돌아온 박종우 메달,미라클의 완성

'독도남' 박종우(24·부산 아이파크)가 동메달을 되찾았다는 한밤의 낭보에 '홍명보호' 동료들도 일제히 반색했다. 겉으로 드러내지 못했지만, 지난 6개월간 함께 속을 끓였다. 동료의 아픔을 함께했다.

지난 주말 퀸스파크레인저스(QPR)에 입성한 프리미어리거 윤석영(23)은 12일 두바이 전지훈련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공항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결정을 전해들었다. 자신의 일처럼 뛸듯이 기뻐했다. "종우형, 시간이 오래 걸려 마음고생 좀 했을 텐데, 이젠 해결됐으니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 보여줘"라며 진심어린 축하를 건넸다. "이참에 우리나라 홍보대사같은 거 하면 좋을 듯"이라는 즐거운 농담도 빼놓지 않았다.

'새둥지' 감바 오사카의 미야자키 전훈 캠프에서 소식을 접한 '오싹' 오재석(23) 역시 반가움을 감추지 않았다. 11일 IOC 징계위원회에 출석한 박종우와 통화하며, 외로운 심판대에 선 동료를 응원했었다. 좋은 결과를 예감했다. "종우야, 길고긴 시간이었을 텐데 너라서 잘 견딘 것같다. 이제 짐 덜어냈으니 즐겨라"라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위로했다. 따뜻한 코멘트 후 '오싹' 특유의 재치 '한방'이 작렬했다. "넌 이제 국보다. ㅋㅋㅋ"

박종우는 지난해 8월 11일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3-4위전 일본전에서 승리한 후 관중석 팬이 건넨 '독도는 우리땅' 플래카드를 들고 환호했다. IOC가 이를 문제 삼았다. 기쁨에 도취된 상태에서 행해진 '우발적 행위'였지만 후폭풍은 거셌다. '올림픽 시설이나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정치적인 행위나 언행, 선전활동을 엄격하게 금지한다'는 헌장 50조에 위배된다고 했다. 돌발상황이었다. 박종우는 이튿날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진행된 메달 수여식에 나홀로 참석하지 못했다. 웸블리로 향하는 선수단 버스안에서 '동메달 수여를 보류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최고의 환희' 뒤에 찾아온 '최악의 좌절'이었다. 동료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믿을 수 없었다. 표정관리가 되지 않았다. 그날 이후 박종우의 마음고생은 이어졌다. 주위에선 '괜찮다' '잘될 것'이라며 위로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괜찮지 않았다. "스트레스로 살이 몰라보게 빠졌다"고 했다. 인터뷰 때마다 애써 의연했지만 함께 뛴 동료들은 누구보다 그 마음고생을 이해했다. 그리고 정확히 6개월 후, 꿈에 그리던 동메달이 돌아왔다.

결과적으로 보면 모든 것이 잘됐다. 국민들에게 이제 '축구선수 박종우'는 '독도남'으로 통한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의 농담대로 씩씩한 '독립투사'의 이미지를 덤으로 얻었다. 자신의 이름과 축구를 확실히 알리고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선수 개인에게도 시련과 극복의 과정은 큰 교훈이 됐다. 선수로서 좀더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도 됐다.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도 올림픽 등 국제무대에서 '반면교사' 삼을 수 있는 좋은 예가 됐다.

무엇보다 박종우의 동메달은 '스승' 홍명보 감독에게 '최고의 생일선물'이 됐다. 오재석은 "12일은 홍명보 감독님의 생신, 13일은 윤석영의 생일인데, 종우가 메달을 받게 됐다. 정말 좋다"며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런던올림픽 귀국 직후 민감한 분위기속에 박종우는 공항에서 '죄인처럼' 침묵해야 했다. 이튿날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한 대표팀 환영만찬에도 초대받지 못했었다. 실의에 빠진 제자를 향해 "만찬장에 같이 가자. 내 손 잡고 함께 들어가자"며 든든한 '빽'을 자청한 '대장' 홍 감독의 생일에, 박종우의 동메달이 돌아왔다.

18인의 해피엔딩, '홍명보호' 런던 미라클의 마지막 페이지가 완성됐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