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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메이저리거 체질? '미국식 좋아요!'

"전 미국식이 좋은 것 같은데요?"

류현진은 '쿨'했다. 이대로라면, '적응'을 최우선과제로 꼽은 매팅리 감독의 걱정도 기우에 그칠 수 것 같다. '몬스터'는 그렇게 순조롭게 메이저리거로 변신해가고 있었다.

류현진은 LA다저스의 스프링캠프 첫 공식일정인 1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카멜백랜치에서 취재진과 공식 인터뷰를 가졌다. 류현진은 "한국에 있을 때보다 페이스가 약간 늦다. 여긴 모든 걸 천천히 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한국에서처럼 불펜피칭 쉴래요, 다저스는 OK!

확실히 메이저리그가 한국보다 페이스가 늦을 수밖에 없다. 국내 프로야구에선 1월 중순부터 합동훈련이 시작된다. 지금 시점이면 라이브피칭을 마치고, 실전피칭 시기를 조율할 시기다.

하지만 류현진은 지난 2일 일찌감치 다저스캠프에서 훈련을 시작했음에도 불펜피칭을 두 차례 소화했다. 개수도 1회당 30개밖에 되지 않았다.

류현진은 "한국이었으면 지금쯤 피칭할 정도로 몸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는 개인훈련을 하다 2월 중순부터 합동훈련을 시작한다. 1주일 정도 뒤부터 시범경기를 갖는다. 시범경기에서 실전감각을 극대화시키는 편이다.

그래도 적응에는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류현진은 "그동안 한국에서 해오던 것에서 특별히 변화를 줄 생각은 없다. 부상만 없으면 하던대로 해도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다저스 역시 류현진을 배려하는 모습이다. 류현진은 척 크림 불펜코치에게 "난 시즌 때 등판일 사이에 불펜피칭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크림 코치는 "좋을대로 하라"며 류현진을 배렸다. 선수 본인이 가장 좋은 컨디션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언어와 문화, 어떻게 적응하고 있을까?

야구 외적으로 언어나 문화적인 적응도 중요하다. 매팅리 감독 역시 류현진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류현진에겐 적응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이란 나라, 언어, 팀 동료, 그리고 새로운 기회까지. 모든 게 새로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천하의 류현진 역시 이 부분에선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류현진은 "선수들과 있을 때 긴장이 좀 됐다. 언어가 안 되는 게 가장 컸다. 또한 문화의 차이가 있기에 아직까진 많은 게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친해진 선수도 있었다. 류현진은 "팀 적응이 우선이다. 선수들과 잘 어울리려고 한다. 3루수 루이스 크루즈와 많이 친해졌다"며 "크루즈도 멕시코 출신이라 적응이 힘든 걸 아는 것 같다. 서로 스마트폰 번역 어플리케이션을 받아서 대화를 나눈다"고 덧붙였다.

동료들은 그를 '류'라고 부른다. 류현진에게 직접 물어와 그렇게 답해줬다. 그래도 아직은 데면데면할 수밖에 없다.

류현진은 훈련을 위해 출근한 뒤엔 라커룸의 자기 자리부터 먼저 찾는다. 다른 선수들에게 먼저 인사하는 것 역시 어색하다. 라커룸에선 대체로 조용하게 있는 편이다. 결국 의사 소통 문제는 구단에서 팔을 걷어붙였다. 류현진은 14일부터 구단이 붙여준 영어 선생님에게 과외를 받게 된다.

물론 야구장 밖에 든든한 도우미도 있다. 10분 거리에 있는 추신수다. 서로의 집에 자주 들르면서 이역만리 타지에서 정을 나누고 있다.

▶훈련 방식? 난 미국식이 체질!

현지 취재진 역시 류현진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통역을 통해 류현진에게 몇가지 질문을 건넸다. "메이저리그 5일 로테이션과 비교해 한국은 어떤가?" 등의 적응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류현진은 "처음이나 힘들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대응했다.

한 기자가 "다저스엔 선발투수가 8명이나 있다. 경쟁에서 탈락할 경우엔 불펜에서 나와야 한다. 준비가 돼 있나?"라고 묻자 류현진은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확실한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류현진은 "경쟁은 당연하다. 무리 안하는 선에서 보여줄 건 보여주겠다. 경쟁에서 승리해 빠른 순번으로 올라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류현진은 '미국식'이 잘 맞는다고 해 취재진에게 웃음을 안겼다. 그가 말한 '미국식'은 바로 훈련 스타일. 메이저리그에선 자신이 할 것만 하면 그날의 훈련이 끝나는 시스템이다. 더이상 간섭은 없다. 그냥 퇴근이다.

류현진은 "물론 한국에 비해 운동을 덜 하는 느낌은 있다. 단체로 하면 뭐든지 다 하지 않나. 난 지금 이게 더 나은 것 같다. 그렇다고 게을리 하는 건 아니다"라며 미소지었다.

하지만 기름 진 '미국 음식'은 최대한 멀리 하고 있다. 류현진은 "LA에서부터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먹고 싶어도 참고 있다. 아직 햄버거를 한 번도 안 먹었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는 어떨까. 벌써 5㎏이나 감량에 성공했다. 가벼운 몸으로 던지고픈 귀여운 '몬스터'다.

글렌데일(미국)=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