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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kg 몸무게 업 오재원 '미들급에서 붙고 싶었다'

11일 두산의 전지훈련 숙소인 일본 미야자키시 라그제 히토츠바 호텔. 야간훈련을 나가려는 두산 오재원은 "이제 그런 건 버려야죠"라고 했다.

'그런 것'이라는 것은 '오간지'라는 애칭이다. 그는 매우 스타일리쉬하다.

1m85의 큰 키에 78kg의 균형잡힌 몸매. 게다가 날렵한 턱선에 잘 정돈된 수염까지. 그래서 야구팬은 그의 성에 '간지'(멋있다는 의미의 신조어. 하지만 일본어 간지에서 온 적절하진 않은 표현)를 붙여 '오간지'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그런데 전지훈련장에서 만난 그는 한 눈에 봐도 우람해졌다. 야구선수로서 갸날프게 보였던 체구는 더 이상 없었다. 확실히 그의 몸은 더 커졌다.

이유가 있다. 그의 현재 몸무게는 89kg. 무려 12kg이나 체중을 불렸다. 정확히 말하면 근육량을 키웠다. 그의 체지방은 예전과 똑같은 11%.

"왜 몸무게를 늘렸나"라고 하자 그는 "라이트급이 아닌 미들급에서 붙고 싶었다"고 했다.

대부분 상대 투수들은 90kg이상의 몸무게를 바탕으로 공의 위력을 배가시킨다. 그동안 오재원은 날카로운 타격을 자랑했지만, '똑딱이 타자'의 전형이었다. 그런 틀을 깨고 싶었다는 그의 말이다.

그동안 상대의 윽박지르는 기세를 기술로 커버하는 아웃복서였다면, 이제는 기본적인 파워를 키워 힘대결에서 밀리지 않는 인파이터로 변하고 싶다는 의미.

"같은 체급에서 붙어야 내가 야구선수로서 좀 더 발전할 것 같았다"고 했다.

그의 변화는 확실히 인상적이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다. 성실한 훈련자세와 함께 식성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많이 먹지도 않는다. 그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해도 깡마른 몸이 흡수하지 못해 그동안 안타까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준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결심했다. 이틀을 쉰 뒤 곧바로 몸무게를 늘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아는 지인을 통해 전문 보디빌더들의 식단을 입수했다. 하루 6끼 식사를 했다. 아침에는 계란과 올리브유, 오트밀을 섭취했고, 점심에는 땅콩버터와 단백질 보충제를 먹었다. 흔히 먹는 닭가슴살 대신 근육을 키우는데 더욱 좋은 소고기를 꾸역꾸역 입에 넣었다.

근육량을 늘리는 '벌크업'은 사실 쉽지 않다. 고단한 과정이다. 그도 고비가 있었다.

그는 "4개월동안 벌크업을 하면서 한때 몸무게가 83kg에 계속 멈춰져 있었다. 그래서 포기할까도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계속 근육량을 늘렸다. 고민도 많았다. 사실 근육량을 늘린다고 야구선수로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 부작용도 우려됐다. 야구는 민감한 스포츠다. 자그마한 변화에도 쉽게 흔들릴 수 있는 타격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탄탄한 수비력을 뒷받침했던 스피드의 저하도 걱정됐다.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오재원은 "주변에서 근육량을 늘린다고 하자 찬반이 엇갈렸다.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현역생활동안 꼭 한 번 시도해보고 싶었던 일"이라고 했다.

일단 효과는 있다.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스피드는 오히려 늘었다. 오재원은 "사이드 스텝이 약간씩 늘어지는 측면은 있지만, 순간적인 파워를 이용한 스피드는 늘었다"고 했다.

오재원은 매력적인 선수다. 2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서 보여줬던 신기에 가까운 수비력과 날카로운 타격. 게다가 뛰어난 야구센스까지 갖춘 선수다.

이제 그는 '파워 업'이 됐다. 아직 시즌 전이다. 섣불리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느낌이다. 미야자키(일본)=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