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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만난 김병현 '하나씩 천천히', BK가 달라졌다

BK가 달라졌다. 애리조나에서 포착된 그의 모습은 '변화'였다.

12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빌리파커필드. 넥선의 언더핸드투수, 김병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비록 유니폼은 달랐지만 과거 'BK'란 별명을 얻게 해준 그 곳, 애리조나에서 힘차게 공을 뿌렸다.

▶BK 애리조나 출격, 이제 시작이다

이날은 NC와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전날 연습경기에선 이미 피칭할 몸상태가 만들어진 투수들이 점검을 마친 바 있다. 이런 측면에서 김병현의 선발등판은 다소 의외였다.

처음부터 투구수를 길게 가져갈 생각은 없었다. 이제 피칭을 시작한 단계, 처음부터 1이닝만 던지기로 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첫 타자 마낙길을 3구만에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내면서 산뜻하게 출발했다. 2번타자 차화준에게 스트레이트볼넷을 내주며 흔들리나 싶었지만, 모창민 타석 때 차화준의 도루 시도를 포수 박동원이 잡아내며 어깨가 가벼워졌다. 모창민은 6구 만에 중견수플라이로 잡아냈다.

투구수는 고작 13개. 이중 스트라이크는 절반이 조금 안되는 6개였다. 김병현은 마운드에서 이따금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1회를 깔끔하게 막은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을 때에도 멋쩍은 표정이었다.

처음이라 아직 평가를 내리긴 힘든 상태다. 김병현은 한국무대 진출 첫 해였던 지난 시즌, 19경기서 3승8패 3홀드 평균자책점 5.66으로 고전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뱀직구를 던지던 그의 모습을 기다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시즌은 출발부터 다르다. 같은 언더핸드투수인 이강철 수석코치와의 만남이 그를 변화시켰다. 이 코치는 수석코치와 함께 투수총괄이라는 보직도 맡고 있다. 전체 마운드를 이끌어가는 수장 역할이다.

▶서로를 이해하는 BK-이강철, "조급해하지 말자"

이 코치와 김병현의 만남은 특별하다. 같은 유형의 투수로 마음이 척척 맞는다. 사실 그도 김병현을 지도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첫 만남 이후 조금씩 서로 통하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 언더핸드투수라는 '공통분모'는 생각보다 둘을 끈끈하게 이어줬다.

이 코치가 현역 시절 느꼈던 문제를 김병현도 똑같이 느끼는 식이다. 김병현이 먼저 물었을 때, 이 코치도 "똑같은 생각을 하는구나"라고 느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김병현도 이 코치의 말을 인정하고 따라온다. 같은 생각을 한다고 느끼기 시작하니 커뮤니케이션이 술술 되기 시작했다.

이 코치는 "내가 가르친다기 보다는 본인이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온다. 가끔은 너무 한다 싶을 정도"라며 웃었다. 그래도 스승으로서 흐뭇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이 코치는 "난 그저 선수가 못 보는 걸 찾아주고, 그걸 얘기해주는 역할이다. 같은 유형의 투수였기에 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코치는 이날 김병현의 피칭에 대해 "이제 막 시작했다. 평가하긴 이르지 않나"라면서도 "밸런스는 작년보다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평했다. 밸런스 문제, 오랜 기간 공백기를 가진 그가 풀어야 할 최우선과제다.

이 코치는 김병현의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다. 나도 병현이가 말했을 때 쉽게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차이"라면서도 "작년까진 투구 동작이 '하나'로 갔다면, 이젠 '하나', '둘'하는 식의 과정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투구동작에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병현은 "아직 힘을 못 쓴다"며 아쉬워했다. 이 코치는 "이제 하나 했는데 너무 욕심이다. 그래도 생각대로 따라와준다면, 공에 힘이 생길 것"이라며 김병현을 달랬다.

이 코치는 김병현에게 "조급해하지 말자"고 주문했다. 김병현 역시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개막 시점에 몸을 맞추는 게 아니라, 될 때까지 만들고 나서 마운드에 오르자고 약속했다. 5월이 되든, 6월이 되든 본모습을 찾을 때 1군에 올라올 계획이다.

구단은 김병현이 선발투수로 호투하길 원한다. 그리고 팬들 역시 오랜 시간 마운드에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넥센 코칭스태프는 '완벽해지는 시점'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그 시점은 바로 김병현 스스로 "이쯤이면 됐다"고 인정할 때다.

서프라이즈(미국)=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