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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이용찬-브랜든 웹 사례로 본 포크볼과 싱커의 치명적 유혹

치명적 유혹일까, 일반적인 부작용일까.

한국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마운드의 주축이 될 것으로 기대받았던 두산 투수 이용찬(24)이 결국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갑작스러운 팔꿈치 통증이 생겨 정밀검진을 받았더니 오른쪽 팔꿈치에 웃자란 뼈조각이 발견됐다고 한다. 이용찬의 부상 원인으로 그의 주무기인 '포크볼'의 부작용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용찬의 부상이 100% 포크볼 때문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히 포크볼이 투수들의 팔꿈치에 상당한 데미지를 남긴다는 것은 이미 공인된 사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롯데 조정훈이다. 2009년 14승으로 공동 다승왕 타이틀을 따내며 롯데 에이스 역할을 했던 조정훈은 포크볼의 부작용으로 인해 2010년 시즌 중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데 이어 2011년에는 어깨 수술까지 받았다. 이용찬도 이런 조정훈과 비슷한 사례가 아닌가라는 우려를 받고 있다.

또 포크볼 못지 않게 투수들에게 치명적인 데미지를 남기는 구종이 바로 싱커다. 5일(한국시각) 은퇴의사를 밝힌 사이영상 출신 투수 브렌든 웹(34)이 이에 해당한다. 웹은 2003년 10승(9패)으로 빅리그에 데뷔한 뒤 2006년에 16승(8패)으로 메이저리그 투수 최고 영예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이후 2007년 18승(10패) 2008년 22승(7패)으로 꾸준히 기량발전을 보였다. 그러나 2009년에 생긴 어깨 부상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채 이른 나이에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말았다. 웹의 이른 은퇴도 주무기인 싱커의 악영향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포크볼과 싱커는 선수 생명을 단축할 만큼 치명적인 구종일까.

▶데미지가 없는 구종은 없다

두 가지 사실이 있다. 일단 포크볼과 싱커가 선수 생명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위험한 구종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프로 투수가 던지는 모든 구종들은 팔꿈치와 어깨 관절에 어느 정도씩은 데미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투수 출신인 KBS 이용철 해설위원은 "직구라고 해서 데미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속 140㎞이상의 공을 던지려면 손가락과 손목 팔꿈치 어깨 허리 등 신체의 모든 부위를 이용해 던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각 관절 특히, 팔꿈치와 어깨 관절은 평상시에 비해 크게 부하를 받게 된다. 또 모세혈관이나 잔근육도 손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포크볼이나 싱커 등은 다른 구종에 비해 조금은 더 많은 데미지를 남기는 것도 사실이다. 이 위원은 "인체 역학상 투수가 공을 던질 때는 팔의 가동 범위가 아래에서 위로, 또 몸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향하게 된다. 그래서 오른손 투수가 통상적인 직구를 던질 때 아래쪽에서부터 스윙을 시작해 손등이 1루쪽을 향하게 된다"면서 "그러나 포크볼이나 역회전공 등은 이보다는 더 극단적이고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나타낸다. 그러다보니 신체에 남는 데미지도 상대적으로 조금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반드시 포크볼이나 싱커 등을 던져서 부상이 발생한다고는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위원은 "모든 투수들이 이러한 부상 요인을 떠안고 있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기 위해 기구를 통한 보강운동이나 스트레칭 등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또 투구 이후 휴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포크볼이나 싱커가 치명적이라기 보다는 던질 때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몸을 보호해야 하는 구종이라는 결론이다.

▶주요 구종과 선수생명의 연관관계는

그렇다면 이렇듯 좀 더 세심한 주의와 대비가 필요한 포크볼과 싱커는 투수들의 현역 유지기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할까. 웹의 사례를 보면 싱커의 부작용으로 인해 선수 생명이 단축됐다고도 할 수 있을 듯 하다. 풀타임으로 고작 6시즌(2003~2009) 밖에 뛰지 못한 34세의 젊은 투수가 끝내 부상을 극복하지 못한 채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반면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유지해온 투수들의 경우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비교적 데미지가 적은 구종을 주요 레퍼토리로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송진우나 구대성이 그 좋은 예다.

하지만 구종과 선수 생명의 연관성도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이 이 위원의 분석이다. 이 위원은 "앞서 언급한 프로 투수가 던지는 모든 구종은 다 데미지를 남긴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면서 "결국 현역기간을 결정짓는 것은 선수 본연의 노력과 훈련 그리고 타고난 체력 등의 요소다. 물론 조금 더 데미지가 큰 구종을 많이 던지는 투수가 더 자주 부상에 노출될 수는 있다. 그렇게 보면 구종이 현역기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수도 있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부상에 자주 노출될 수도 있는 숙명을 갖고는 있지만, 포크볼이나 싱커가 선수 생명을 좌우할 만큼의 '치명적 구종'은 아니라는 결론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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