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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좋아하지 않던' 김선규, 국가대표를 꿈꾸다

"선수들 가치를 올려주고 싶어요. 저와 함께 있는 기간동안 클래스를 높여주고 싶은게 제 목표에요."

김인완 대전 감독이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태극마크야말로 선수들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요즘에 그 가치가 많이 떨어졌지만, 태극마크는 여전히 영광의 상징이다. 대전 시티즌은 어느순간 태극마크와 인연이 없는 구단이 돼버렸다. 지난시즌 김형범(경남)이 잠시 A대표팀에 이름을 올렸지만 그는 임대신분이었다. 이관우가 2004년 3월 31일 몰디브전(0대0 무)에 뛴 이후 A대표팀에 대전 소속의 선수들을 찾을 수 없었다. 지금은 가시와 레이솔 소속인 김창수가 2007년 3월 24일 우루과이와의 친선경기에 선발된 이후로 명단에 포함된 경우도 없을 정도다.

골키퍼 김선규(26)는 대전과 태극마크의 인연을 이어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후보다. 칭찬에 인색한 김 감독도 "이름값은 밀리지만 실력만 놓고보면 K-리그 톱클래스 골키퍼다"며 "조금만 더 늘면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선수"라고 할 정도다. 김선규는 "축구하면서 목표가 크지 않았다. 축구선수였지만 축구를 좋아하지 않았다. 대학때는 '프로에서 뛰자' 정도만 생각했다. 이제는 달라졌다. 열심히 해서 태극마크 한번 달아보고 싶다"고 했다.

김선규는 2010년 경남을 통해 K-리그에 데뷔했다. 김병지에 밀려 단 한경기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 이적한 대전은 그에게 약속의 땅이었다. 35경기에 나서며 확실한 넘버1 골키퍼로 자리잡았다. 처음엔 최은성을 밀어내고 주전자리를 차지했다는 이유로 욕도 많이 먹었다. 특히 소극적 성격탓에 '인사 안한다'며 팬들의 원성도 샀다. 김선규는 "그때는 못하면 죽는거도 잘해야 본전이었다. 다행히 초반을 잘 넘기니까 일사천리로 풀렸다"고 했다. 26세에 불과한 김선규는 어느덧 대전 골문의 최선참이 됐다. 그는 "아직 나이도 어린데 후배들 챙겨야 하는 입장이 됐다. 나도 잘해야 후배도 잘할 수 있으니까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했다.

김선규는 지난해 스플릿시스템을 거치며 한결 성숙해졌다고 했다. 그는 "시즌 후반으로 가니까 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더라. 특히 골을 먹는 입장에 있다보니 내가 못하면 안된다는 불안감이 더 컸다"고 회상했다. 김선규는 올시즌에는 약점으로 지적된 소극적 성격을 고치기 위해 연습장에서부터 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말을 크게하면 호흡이 올라오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수비진에게 말하는 것을 꺼렸다. 그런데 팀이 더 좋아지려면 내가 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고치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했다.

김선규는 대전 잔류의 키를 쥐고 있는 선수다. 그가 지난해 보다 성장한다면 견고한 수비를 원하는 김 감독의 축구가 한결 완성도가 높아진다. '축구가 좋아지고 있는' 김선규라면 기대할만 하다.

구마모토(일본)=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