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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박주영과의 상생 시나리오 쓴다

이동국(34·전북)에 대한 편견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모양이다.

이동국에 대한 최대 편견은 '게으른 천재'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에게 '게으른 천재'로 낙인 찍히며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했다. 물론 지금은 180도 달라졌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이동국과 함께한 감독들은 모두 '부지런하고 이타적인 선수'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2011년에는 K-리그 도움왕에도 올랐다. 하지만 아직도 이동국을 '게으른 천재'로 잘못 판단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박주영과의 상생 시나리오 보여주겠다

최근 이동국을 옥죄고 있는 편견은 '박주영(28·셀타비고)과의 부조화'다. 이동국과 박주영은 한국 축구 최고의 공격수다. 그런데 둘이 함께 뛰면 시너지 효과가 없다. 오히려 공격력이 줄어든다. 언론은 물론이고 축구팬들까지도 이동국과 박주영의 상생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정도다.

6일 열리는 크로아티아전을 앞두고 영국 런던 인근 말로우에서 A대표팀 훈련을 하고 있는 이동국을 2일 만났다. 그가 생각하는 '박주영과의 상생 방법'을 물었다.

이동국의 대답은 날카로웠다. 그의 전매특허인 발리슛처럼 핵심을 정확하게 찔렀다. 이동국은 일단 박주영과의 관계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는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 둘이 서먹서먹하거나 나쁜 것도 아니다. 우리 관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바깥에서 원하는 시나리오를 만들어보겠다"고 선언했다. 이동국은 "밖에서는 내가 패스해서 (박)주영이가 넣든지, 그 반대이든지를 원한다.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하겠다. 더 이상 우리 둘이 호흡이 안 맞다는 이야기는 듣고 싫다"고 했다.

▶여유, 이동국의 새로운 화두

박주영과의 상생을 위해 이동국이 꺼낸 든 '여유'다. 마음을 비우고 임한다는 것이다. 이동국은 "내가 할 몫과 할 수 있는 것만을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이동국은 자기 자신만의 공격만이 아니라 좋은 패스로 주위 동료들의 공격력을 살린다. A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상이 전북의 동료들에게서 박주영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동국은 "내가 할 몫과 할 수 있는 것을 하는데만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여유를 말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동국은 "어릴 때와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더라. 경험이 쌓이다보니 달라졌다. 내가 실력이 월등해서 여유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여유, 축구를 통해 느끼는 그런 것들이 여유를 안겨준 것 같다"고 했다.

▶내일만 바라보고 산다

이동국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내일만 바라보고 살 것이다"고 했다. 1년 6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4년 브라질월드컵 출전에 대한 자기 자신만의 답이기도 하다. 논리는 간단하다. 브라질월드컵을 지금부터 생각하고 뛰면 쉽사리 지친다는 것. 이동국은 "바로 앞에 있는 경기만 보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그 자리(브라질월드컵)에 있을 것이다"고 했다.

당정의 경기는 크로아티아전이다. 이동국은 "전북의 브라질 전지훈련에서 준비를 많이 했다. 컨디션도 좋다. 주어진 시간 속에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말로우(영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