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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우려'와 '희망' 박지성 향한 시선

비난과 격려가 공존했다. 우려 가득한 시선도 있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희망 가득한 바람도 있었다. 2013년 2월, 박지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극명하게 갈렸다.

2일 런던 서부에 있는 로프터스 로드를 찾았다. 퀸즈파크레인저스(QPR)와 노리치시티의 2012~201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 경기가 있었다. 박지성의 최근 상황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박지성은 최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작은 지난달 27일이었다. 3부리그 팀 MK돈스와의 FA컵 32강전에서 선발출전했다.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후반 22분 교체아웃됐다. 홈관중들은 그라운드를 떠나는 박지성을 향해 야유했다. QPR은 2대4로 졌다. 해리 레드냅 QPR 감독은 경기 후 "박지성, 파비우, 에스테반 그라네로 등 이름값 있는 선수들이 찬스를 날려버렸다. 확실한 선수들을 뽑는 것을 원하는 이들에게 답이 됐을 것"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3일 후인 30일 맨시티와의 24라운드 홈경기에서 박지성은 후반 44분 에스테반 그라네로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추가시간 포함해 약 4분간 뛰는데 그쳤다. 경기가 끝난 뒤 모든 선수들이 기뻐할 때 박지성 혼자만 고개를 숙이고 라커룸으로 향했다.

런던 전철 우드레인 역에서 내려 화이트시티 역을 지나 로프터스 로드를 가는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함께 길을 걷는 현지팬들의 대화 내용이 거슬렸다. 한국인 팬들의 뒤에 붙어 마치 들으라는 듯이 "비성 팍은 잘못된 영입인 거 같다. 팀을 이끌 타입이 아니다"는 투로 말했다. 로프터스 로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한국인 팬들을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다.

경기장 내 분위기도 비슷했다. 경기 전 출전 선수들이 소개됐다. 삼바와 타운젠트 등 새로 영입된 선수들은 큰 박수를 받았다. 후보 명단에서 박지성이 소개될 때의 박수소리는 작았다. 전반 초반 박지성은 벤치에서 몸을 풀라는 지시를 받고 피치옆으로 나섰다. 홈팬들 사이에서는 별 반응이 없었다. 아예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비난과 걱정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국인 팬들의 무한 사랑이 있었다. 이날도 로프터스 로드에는 수많은 한국인 팬들이 찾아왔다. 경기 전부터 기념 촬영을 찍느라 분주했다. 팬샵 역시 한국인 팬들이 점령했다. 다들 손에는 박지성의 열쇠고리나 머그컵, 핸드폰 액세서리 등을 들고 있었다. 팬샵 중앙에는 박지성의 유니폼도 떡하니 걸려있었다. 경기장 내부 곳곳에서도 박지성을 보기 위해 온 한국과 아시아팬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QPR관계자는 "경기할 때마다 500~1000명의 한국 혹은 아시아팬들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회사 출장 중 짬을 내 경기장을 찾았다는 서성민(33)씨는 "박지성을 보기 위해 잠시 왔다"면서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경기 후에도 한국인 팬들의 사랑은 이어졌다. 이날 박지성은 후보선수에 이름을 올렸지만 결국 출전하지 못했다. QPR은 0대0으로 비겼다. 여전히 꼴찌다. 경기 결과에 실망한 현지팬들은 빨리 자리를 떴다. 하지만 한국인 팬들은 선수단 출구로 몰려들었다. 박지성을 보기 위해서였다.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200여명의 한국인 팬들이 몰렸다. 경기가 끝나고 40여분을 기다리자 박지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인 팬들은 사인을 받으면서 "힘내요". "사랑해요", "박지성 선수 뒤에는 한국이 있어요"라며 격려했다. 런던=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