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감동 시작, 열정으로 끝난 삼성 시무식

'감동으로 시작해 열정으로 끝났다.'

프로야구 삼성이 9일 경북 경산볼파크에서 개최한 2013년 시무식의 풍경은 전과 달랐다.

삼성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된 시무식에 특별손님을 모셨다.

삼성 구단 김 인 사장, 송삼봉 단장,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과 직원들의 심금을 울린 이는 강연자로 나선 삼성 테크윈 소속 이지영 대리(29)였다.

김 사장은 지난해 11월 구단 시무식을 틀에 박힌 형식에서 벗어나 어떻게 특별하게 치를까 고민하던 중 이 대리를 떠올렸다.

이 대리는 삼성그룹 사내에서는 물론 외부 강연자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한 인간승리의 표본이다.

이 대리는 '가연골무형성증'이라는 희귀병으로 인해 키가 1m10에서 성장을 멈췄지만 가난과 장애를 딛고 1m80의 열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이날 선수들에게 운전면허 취득, 5㎞ 마라톤, 대학 입학, 호주 어학연수, 삼성 테크윈 입사 등 끊임없는 도전의 삶을 들려주며 감동을 선사했다.

이 대리가 전한 메시지는 '도전=시도'였다. 목표를 정했다면 과정과 결과를 미리 우려하지 말고 일단 부딪혀보자는 것이었다.

도전을 시작했으면 노력하는 것만이 최대 무기라는 말도 곁들였다. 자신의 삶이 그래왔다는 것이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강연을 마친 이 대리에 이어 신년사에 나선 김 사장은 이 대리의 강연에서 받은 감동을 한동안 강조했다.

김 사장은 "이 대리가 전한 메시지는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 아니겠냐"면서 "도전과 노력이 올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사장은 프로 스포츠의 '80대20 이론'을 소개하며 강연의 '감동'을 비장한 '열정'으로 승화시켜 시무식 분위기를 이끌었다.

20%의 경기력을 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80%의 노력과 도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선수들에게 노력은 곧 훈련밖에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2013년 신년사를 언급하며 선수들의 파이팅을 더욱 자극했다.

김 사장이 이 회장의 신년사에서 전율을 느낄 정도로 새겨들었던 대목이 "지난 성공은 잊어버리자. 새롭게 도전하자"는 것이었다고 한다.

김 사장은 "회장님의 이 말씀은 우리 삼성 라이온즈에도 정확하게 들어맞는 것이다"면서 "지난 2년간 통합우승을 달성했다고 해서 성취감에 도취되거나 안일한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사장은 "지난 영광을 깡그리 잊고 백지에서 프로야구의 새역사를 쓰는데 도전하자"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삼성 선수들은 김 사장의 '삼성 라이온즈' 선창 아래 2013년 슬로건인 'Keep Going'을 세 번 외치면서 시무식을 마무리했다.

이 대리의 감동 강연에 촉촉한 듯 했던 그들의 눈빛은 어느새 이글거리고 있었다. 경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