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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한국축구, 일본만 못하다]새 출발 K-리그, J-리그에서 답을 찾자

2013년 1월 1일,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일왕배 결승전. 2012년 J-리그 17위로 강등이 확정된 감바 오사카와 6위팀 가시와 레이솔의 맞대결에는 긴장감이 넘쳤다. 두 팀의 실력차를 넘어서 박빙 승부가 연출됐다. 1대0으로 가시와 레이솔이 우승을 차지했다. 6위팀과 강등팀의 마지막 혈투에 만원 관중이 환호했다. 일본프로축구의 2012년은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바로 한국프로축구가 본보기로 삼아야 할 장면이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K-리그는 2013년 승강제 원년을 맞았다. 한국보다 무려 10년이나 늦게 출발했어도 수 년에 걸친 치밀한 준비과정을 통해 리그를 정착시키고 승강제를 도입한 일본의 J-리그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1993년에 J-리그가 출범했다. 반면 승강제 준비는 1991년부터 시작됐다. 1998년까지 강등이 없는 승격제를 통해 강등제를 준비했다. 마침내 J2-리그는 1999년 공식출범했다. 출발부터 청신호가 켜진 것은 아니었다. 일본의 1998년은 한국의 2012년과 비슷했다. 각 팀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결국 1개팀만 강등시키는 방안으로 승강제의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J-리그 승강제는 수차례 변화와 혁신을 통해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렸다. 그 중심에는 '백년구상'이라는 장기 프로젝트가 있었다.

J-리그 사무국은 강팀이 아닌 약팀에 초점을 맞췄다. 약팀들의 발전을 통해 리그의 기반을 튼튼히했다. 낙오자를 줄여 중산층을 늘리겠다는 경제학적 논리로 접근했다. 2부리그는 치밀한 전략과 체질개선을 통해 새롭게 거듭났다. 2009년 J2-리그로 강등된 가시와 레이솔은 2011년 승격하자마자 J-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올시즌 J-리그 우승을 차지한 산프레체 히로시마도 2009년 J-리그로 승격됐다. J2-리그 인기팀들의 평균 관중은 1만명을 훌쩍 넘어선다. 강등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었다.

J2-리그 정착을 위해 리그의 일정과 여러 컵대회, 각 클럽 팀들의 자격요건 등 여러 가지 상황들을 정리하고 규정을 세웠다. 일찌감치 모든 구단이 아시아축구연맹(AFC) 라이센스를 취득하도록 했다. J2-리그 구단도 예외가 아니다. 엄격한 라이센스 요건을 통해 구단 정비를 이끌어냈다. 건전한 구단 경영에 투자자들이 몰렸다. 2부리그 팀들이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중계료를 통한 수입구조 역시 구단 운영 건전화에 산파역할을 했다. 자국 중계는 물론이고 해외, 동남아시아와 중동, 미국에까지 중계권을 팔아 많은 수입을 창출한다. 중계료는 모든 구단들이 공평하게 나눠 가진다. 그 결과 J-리그는 AFC의 각 항목별 평가에서 K-리그를 넘어서 아시아 최고의 리그로 우뚝 선 지 오래다.

K-리그의 승강제는 출발부터 엇박자를 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승강제 도입을 공론화하며 내세운 '12+4(최하위 4개팀 강등)' 방안은 시도민구단의 반발에 무산됐다. 2012년 성적을 토대로 최하위 두팀을 강등시키고 2013년 2개 팀을 다시 강등시키는 '2+2' 방안이 도입됐다. 스플릿시스템으로 경기장에는 긴장감이 넘치고 하위권 팀도 화제의 중심이 된 긍정적인 효과를 부인하자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강제 강등의 역풍으로 리그 보이콧을 선언한 상주 상무 사태에서 보 듯 '번갯불에 콩 구워먹 듯'이 출발한 K-리그 승강제에서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2부리그가 시작되기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없이 '창단만 하고 보자'는 근시안적인 사고로 2부리그에 뛰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맹 관계자는 "2부리그의 어떤 구단도 장기적인 플랜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향후 5년, 10년을 바라보며 팀을 운영할 계획을 세워야하지만 당장 눈 앞에 닥친 현실만을 바라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한 숨을 내쉬었다.

출발선에 선 K-리그 승강제는 J-리그를 거울로 삼아야 한다. 준비 없이 피말리는 생존경쟁 속에서 살아남기는 힘들다. 2부리그 특성에 맞는 수익 창출구조 및 발전 전략이 동반돼야 한다. 경기력도 단순히 승격이 아닌 1부리그에서 꾸준히 살아남을 수 있을만한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꾸준한 중계를 통해 K-리그를 노출하는 노력으로부터 팬들의 관심이 시작된다.

2013년 출범 30주년을 맞이한 한국프로축구는 이제 갓 20세를 넘어 성인이 된 J-리그에서 답을 찾아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변화와 배움을 두려워 한다면 돌아오는 건 도태 뿐이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