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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생활 맨' 이승엽, 그의 출근 시각은 12시14분

지난 2일 대구구장. 시계바늘이 낮 12시14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섭씨 30도를 넘긴 찜통더위를 뚫고 한 사내가 운동장을 가로질러 오고 있었다. 삼성의 '국민타자' 이승엽(36)이었다.

주중 경기는 공휴일을 제외하면 모두 오후 6시30분 시작된다. 이승엽은 무려 6시간여 전에 경기장으로 출근했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이승엽이 선수 중에서 가장 빨리 출근한다고 했다. 지난해 8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후 계속 그렇다고 했다. 기자는 우연찮게 대구구장에서 그의 출근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2일에 앞서 지난달 26일에도 이승엽이 대구구장 그라운드 투수 마운드 부근에 도착한 시각이 12시14분으로 똑같았다.

삼성이 주중 홈 경기가 있을 때 공식 훈련 시작 시각은 오후 2시50분이다. 선수들은 대개 1시30분~2시 사이에 출근한다. 좀 빠르거나 특타(특별 타격훈련)가 잡혀 있는 선수는 1시 정도에 출근한다. 전날 모임이 있었거나 병원 치료를 받고 오는 선수는 2시가 약간 넘어 나오기도 한다.

이승엽은 삼성 1군에서 나이순으로 따졌을 때 주장 진갑용(38)에 이어 '넘버2'다. 그 누구도 이승엽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주문하지 않는다. 류중일 삼성 감독부터 그에게 모든 걸 맡겨 놓는 편이다. 따라서 가장 먼저 경기장으로 나오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이승엽은 지극히 단조로운 생활 패턴을 갖고 있다. 대개 성공한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과 닮았다. 그는 대구에서 혼자 산다. 아내와 두 아들은 교육 때문에 불가피하게 떨어져 서울에 살고 있다.

그는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 만나는 사람도 많지 않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거의 정해져 있다. 친한 지인 몇명과 당구를 치거나 TV 개그 프로그램을 보거나, 컴퓨터 게임으로 머리를 식히는 정도다. 아니면 잠을 잔다. 8년 간의 일본 생활로 이번 시즌 초반에는 아침 잠까지 없었다. 일본에선 원정 경기에 맞춰 경기 당일 아침에 이동한다. 따라서 아침 일찍 일어나는게 몸에 뱄다. 아무리 늦게 잠자리에 들어도 새벽에 눈을 떴다.

출근이 빠른 이승엽은 보통 선수들보다 1시간 여 일찍 경기를 할 몸을 만든다. 그가 요즘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부상이다. 경기 전후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빠트리지 않는다. 규칙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은 부상 예방에 가장 좋다고 한다. 또 나이가 들면서 근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하강 속도를 늦추기 위해 하루도 빼먹을 수 없다. 귀찮다고 하루 쉬면 그게 습관이 된다.

지난 2일, 이승엽은 러닝 훈련도 가장 먼저 시작했다. 정해진 구간을 스스로 정한 스피드와 인터벌을 갖고 20분 정도 달렸다. 이 무렵 삼성 외국인 투수 탈보트와 고든이 출근하고 있었다.

삼성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에게 "이승엽을 본받아라"는 주문을 많이 한다.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이승엽의 홈런 치는 기술을 배우라는 게 아니다. 그는 이미 한국 최고의 타자를 넘어 아시아 홈런 역사를 새로 썼다. 그런데도 전혀 흐트러짐이 없다.

그는 최근 한국 최초로 한-일 통산 500홈런을 친 후 이렇게 말했다. "선수로 길게 뛰고 있다. 앞으로 최소 3~4년은 더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이승엽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불멸의 기록을 세우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앞으로 긴 선수 생활이 필요해보인다. 절제된 생활 습관이 동반되어야 한다. 정해진 출근시간은 그중 하나일 것이다. 이승엽의 이번 시즌 성적은 4일까지 타율 3할1푼7리, 18홈런, 62타점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