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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려도, 점수줘도 오승환은 오승환

잠깐 흔들려도, 점수를 내줘도, 오승환은 오승환이었다.

오승환은 29일 대만 타이중 국제구장에서 열린 소프트뱅크와의 아시아시리즈 결승전에서 2이닝을 틀어막고 세이브를 올렸다. 앞선 투수가 내보낸 2명의 주자를 들여보내긴 했지만, '돌부처'답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끝내 리드를 지켜 삼성을 한국 팀 사상 최초로 아시아시리즈 정상에 올려놨다.

오승환은 5-1로 앞선 8회말 무사 1,2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때 이른 등판. 세번째 투수 권 혁이 8회 연속안타를 허용하자 삼성 벤치는 중간과정을 과감히 생략하고 오승환을 조기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삼성 불펜엔 아무도 없었다.

사실 오승환의 조기등판은 예고된 상태였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오승환은 지고 있더라도 8회에는 무조건 내보낼 생각"이라며 "올시즌 마지막 등판이기도 하지만, 국제 대회 아닌가. 또 일본 타자들에게 오승환을 한번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곧이어 "일본에 본때를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승환은 첫 타자 우치카와에게 6구 만에 좌전안타를 허용해 만루 위기를 맞았다. 볼카운트 0-2에서 우치카와는 3개의 볼을 커트해낸 끝에 안타를 만들어냈다. 천하의 오승환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4번 마쓰다를 2루수 앞 병살타로 잡아냈다. 이 틈에 1실점. 이어 하세가와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추가실점했다. 바깥쪽으로 던진 직구가 한가운데로 몰렸다. 아카시에게 1루수 내야안타를 허용해 다시 1,2루가 되자 오치아이 투수코치가 한차례 마운드에 올랐다. 중계카메라는 계속해서 아무도 없는 불펜을 보여줬다. 대만전에서 보여준 위력적인 돌직구로 현지 중계진도 오승환의 존재감을 알고 있었다. 오승환은 후쿠다를 초구에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승계주자 없이 개운하게 시작한 9회말. '진짜 오승환'을 보여줬다. 다시 평정심을 찾은 모습이었다. 선두 이마미야에게 슬라이더를 2개 섞어 던지며 4구 만에 삼진을 잡아냈다. 다음 타자 호소카와 역시 4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데 이어, 가와사키를 초구에 2루 땅볼로 잡아내며 5대3 승리를 확정지었다.

잠시 흔들렸지만 어느 누구도 오승환의 마무리를 의심하지 않았고, 결국 돌부처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