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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전 분석]홍명보호는 진화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전은 2012년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의 반환점이었다.

홍명보호는 단 한 번도 베스트 11을 가동하지 못한 가난한 집안이다. 구자철(볼프스부르크) 기성용(셀틱) 지동원(선덜랜드) 등 유럽파 차출은 꿈도 안 꾼다. J-리거의 소집도 늘 읍소해야 한다. 올림픽 예선은 A매치와 달리 선수 소집 의무 규정이 없다.

런던행의 첫 발을 뗀 것은 9월 21일 오만전이었다. 2대0으로 출발은 산뜻했지만 적잖은 과제를 노출했다. 패스의 질이 떨어졌다. 포지션 간에 간격이 벌어지며 조직력도 거칠었다. 상대의 역습에 수비라인은 쉽게 흔들렸다.

사우디전은 분수령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최종예선의 명운이 걸렸다고 했다. 한국은 사흘 전 카타르와 1대1로 비기며 조 1위는 지켰지만 살얼음판이었다.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에서는 조 1위만 본선에 오른다.

카타르전에선 해외파가 한국영(쇼난 벨마레), 단 한 명뿐이었다. 가난을 탓하는 것 대신 자생력을 키웠다. 청신호였다. 플레이의 질이 높아졌다. 홍 감독은 지난 4일 시작된 국내전지훈련부터 발을 맞춘 K-리거와 아마 선수들을 주축 카드로 꺼내들었다. A대표팀의 중동 원정 2연전 후 곧바로 홍명보호에 소집된 홍정호(제주) 서정진(전북) 홍 철(성남) 윤빛가람(경남) 가운데 주장 홍정호만 선발 출격시켰다.

주목받지 못한 그들은 이름없는 영웅이었다. 투지가 넘쳤다. 기본에 충실한 축구를 했다. 각 포지션별 역할 분담이 명확했다. 전반 막판 무리한 태클로 페널티킥을 헌납한 것이 유일한 옥에 티였다.

사우디전에도 희망을 썼다. 홍명보호는 진화하고 있었다. 이틀 전 훈련부터 J-리거 4명이 새롭게 가세했다. 김영권(오미야) 조영철(니가타) 정우영(교토) 정동호(돗토리)가 합류했다. 26일에는 김보경(세레소 오사카)이 깜짝 승선했다.

홍 감독은 김영권 조영철 정우영 등을 선발 진용에 포진시켰다. 김보경은 교체투입됐다. 호흡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상승세는 계속됐다.

최고의 무기는 역시 강력한 압박이었다. 상대가 볼을 잡으면 1선인 중원에서부터 2~3명이 에워쌌다. 볼을 빼앗기더라도 넋놓고 있지 않았다. 곧바로 따라붙거나 지근거리에 있는 선수들이 볼을 잡은 선수를 괴롭혔다. 압박을 통해 경기를 지배했다. 패싱력도 돋보였다. 중앙수비수 김영권과 홍정호가 좌우측으로 뿌린 롱패스는 오차가 없었다. 2대1 패스를 통한 측면 공격도 활기찼다. 조영철-윤석영이 포진한 왼쪽이 특히 위력적이었다. 상대 뒷 공간을 활용한 배후 침투는 전반 홍명보호의 주요 공격루트였다. 수차례의 결정적인 찬스와 골 기회를 연출했다.

카타르전에서 동점골을 터트리며 혜성같이 등장한 김현성(서울)은 상대의 밀착 수비에 애를 먹었지만 전반 33분 페널티킥을 얻으며 또 다시 분전했다. 조영철은 골로 부활을 알렸다. 그는 2009년 20세 이하 이집트 청소년월드컵 이후 홍명보호에서 부진의 터널을 걸었다. 사우디는 철저하게 역습 위주로 경기를 펼쳤다. 수비라인은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은 있다. 수많은 찬스에도 한 골밖에 넣지 못한 골결정력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향한 홍명보호의 열매가 영글어가고 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