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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돌풍의 원동력, 김호곤 축구의 힘은 어디서 나오나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여러분에게 딱 하나만 주문하고 싶다. 공수전환, 템포를 이전보다 더 빨리 해달라. 그러면 이길 수 있다."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60)이 정규리그 종료 후 3일간 쉰 선수들이 복귀했을 때 당부한 말이다.

"게임을 마음껏 즐겨라. 재미있는 경기를 해보자." 김 감독이 26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주문한 말이다. K-리그 사령탑 최연장자인 김 감독의 연륜이 묻어나는 말이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돌풍이다. 개막 2연패에 빠졌고, 한때 15위로 추락했던 울산이 초겨울 신바람을 내고 있다. 울산은 시즌 중반까지 중하위권에서 맴돌았다. 6강 플레이오프는 다른 팀 이야기처럼 들렸다. 국가대표를 거친 수많은 스타를 보유하고도 그 정도 성적밖에 내지 못하냐는 비아냥에 시달렸다. 울산은 스타가 있고, 경험이 풍부한 선수가 많지만, 활력이 떨어지는 팀으로 비쳐졌다. 그랬던 울산이 시즌 막판 정규리그 8경기 연속 무패(6승2무)를 기록하며 6위로 6강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하더니, 한수 위 전력이라는 FC서울과 수원 삼성을 잇따라 꺾고 PO에 올랐다.

울산 상승세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김호곤 울산 감독 축구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뚝심과 믿음의 결과다. 울산은 수비가 강한 팀이다. 김 감독은 수비 안정이 강팀의 기본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재미없는 수비축구를 한다고 비판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울산 축구는 안정적인 수비를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결코 수비에 안주하며 요행을 바라는 축구는 아니었다. 수비를 바탕에 두되 끊임없이 상대를 압박하고, 공격을 모색하는 공-수 밸런스를 갖춘 축구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답게 김 감독은 능수능란하다. 큰 기대를 갖고 영입한 설기현과 이 호 등이 정규시즌 아쉬움이 있었지만 신뢰를 버리지 않았다. 시즌 중후반까지 가장 좋았을 때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한 수비형 미드필더 이 호를 챔피언십 2경기에 잇따라 풀타임 출전 시킨 것도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다. 서울전에서 설기현이 무릎을 다쳐 베스트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김 감독은 수원전에 망설임없이 투입했다. 김 감독은 경험의 힘, 베테랑의 관록에서 나오는 힘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김 감독은 경기에서 이겨도, 골을 넣은 선수도 플레이 내용이 좋지 않으면 주저하지 않고 다그친다. 선수 개인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치의 경기력을 원하는 것이다. 이겨도 라커룸에서 불호령이 떨어지는 이유다.

쉽지 않은 포항 스틸러스전이다. 하지만 울산은 잃을 것이 없다. 김 감독은 "마음이 편하면, 자신감이 있으면 아무리 상대가 강해도 문제가 될 게 없다.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우리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울산발 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