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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기술부문] 음지서 흘린 구슬땀 영예는?

좋은 영화는 결코 배우의 스타 파워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탄탄한 각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분위기를 살리는 촬영 조명 음악 미술 및 각종 기술의 힘이 없으면 절대 영화 한 편을 만들 수 없다. 올해도 더 나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뒤에서 구슬땀을 흘린 각 부문 후보들이 청룡영화상 트로피를 노린다.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



▶각본상

'써니'의 연출 및 각본을 도맡은 강형철 감독은 웃음와 감동을 조화시키는 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작가로서, 이번에는 미스터리까지 가미하는 솜씨를 보였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박상연 작가는 '고지전'으로 전쟁의 아픔을 절절히 표현해 심금을 올렸다. '부당거래'의 박훈정은 작가이자 영화감독으로서, 이 작품을 통해 사회를 지배하는 부조리를 긴박한 스토리 속에 녹여냈다. 유일하게 최우수작품상 후보가 아닌 '블라인드'의 각본을 맡은 최민석은 시각장애인의 범인 추적이라는 쉽지 않은 소재를 스릴러 구조로 잘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도가니'의 연출과 시나리오를 맡은 황동혁 감독은 원작 소설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곁가지를 쳐내고 영화적으로 새롭게 다듬는 능력을 발휘했다.

▶기술상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의상을 맡은 권유진은 조선시대에 걸맞으면서도 극의 분위기에 맞는 화려한 의상으로 영화를 한껏 살렸다. 올해 대종상 편집상 수상자인 '써니'의 남나영은 군더더기 없고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써니'의 흥행에 일조했다. '최종병기 활'에서 '한국 최초 활 액션'이라는 힘든 미션을 수행한 무술 담당 오세영은 이 영화의 생명인 몰입도 높은 액션 구현에 성공했다. '7광구'의 CG를 맡은 장성호와 박영수는 한국 최초의 3D 액션 블록버스터 화제작이었던 이 작품의 또다른 주인공인 해저 괴물의 모습을 실감나게 살려냈다. '고지전' 속 리얼한 전쟁 장면의 일등 공신은 특수효과를 맡은 정도안과 김태의다. 특수효과가 실제 전투 장면이라고 믿게 만들 정도로 완벽해,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조명상

'최종병기 활'의 김경석은 병자호란의 처절한 분위기에 맞는 비장미를 건조한 조명으로 잘 표현했다. '고지전'의 김민재는 효과적인 조명 기술로 어두운 방공호와 햇살 찬란한 전장의 분위기를 모두 잘 살려냈다는 평가다. '부당거래'의 배일혁 또한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극의 분위기에 기막히게 조화된 조명 기술을 구사했다. '블라인드'의 신상열은 시각장애인 주인공의 시점에 맞춘 암흑 속 격투 등 어려운 장면이 많았음에도,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황해'의 황순욱은 배우들의 처절한 표정을 살려내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연변의 삭막하고 향토적인 분위기와 서울 도심의 차가움을 표현하는 데 모두 기여했다.

▶음악상

'써니'의 김준석이 담당한 음악은 1980년대 정서 표현을 위한 영화의 또 하나의 주인공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추억을 자극하는 팝송만 들어도 눈물을 훔치게 된다는 관객이 많았다. '최종병기 활' 또한 극적인 몰입감에서 김태성이 맡은 음악이 큰 역할을 담당했다. 빠르고 남성적인 템포가 인상적이었다. '도가니'의 모그는 여러 영화에서 쌓은 감각을 바탕으로 안타까운 사건에 대한 분노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또 '고지전'에서 장영규와 달파란이 맡은 애틋하면서도 비장한 음악은 참혹한 전쟁의 정서를 표현하는 최적의 도구였다. 조성우와 최용락이 맡은 '만추'의 음악 또한 남녀 주인공의 섬세한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데 영화팬들을 집중시키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미술상

'고지전'에는 1950년대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다채로운 미술이 동원됐다. 미술감독 류성희는 사무적인 휴전협상 테이블부터 살벌한 전쟁터까지 다채로운 장면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써니'의 이요한 또한 관객을 1980년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세트와 세밀한 소품들로 추억을 자아냈다. '황해'의 이후경은 거친 남자들의 삭막한 인생사가 펼쳐지는 영화적 공간을 더할 나위 없이 창조해냈다. '최종병기 활'의 장춘섭 또한 일류 스태프답게 조선시대 혼례날의 축제 분위기, 청나라 진영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모두 잘 살려냈다. 궁중부터 동네 여염집까지 다양한 장소가 등장하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채경선 또한 영화의 화사한 분위기에 톡톡히 공헌했다는 평가다.

▶촬영상

'고지전'의 김우형은 '고지 전투'를 실감나게 보여주기 위해 많은 새로운 시도를 했다. 관객이 주인공과 함께 전투에 참여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최종병기 활'의 김태성은 바람처럼 날아가는 화살을 이용한 일당백 전투를 담아내기 위해 주인공들과 함께 직접 뛰며 촬영에 온몸을 바쳤다. '블라인드'의 손원호는 시각장애인의 시점과 일반인의 시점을 함께 살려낸 촬영 기법으로 관객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했다. '황해'의 이성제는 주인공들의 긴박한 상황을 냉정한 시선으로 담아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부당거래'의 정정훈은 지독하게 꼬인 인물들의 관계를 흥미진진한 화면으로 따라가며 관객을 극중 사건에 더욱 몰입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