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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 형제같은 캐디 교체로 본 프로골퍼와 캐디





최경주(41·SK텔레콤)가 형제같이 지내던 캐디 앤디 프로저(59·스코틀랜드)와 이별한다. 싫어서 떠나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년이면 환갑인 프로저가 "너무 힘들어 캐디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사실상 정년 퇴임이다.

최경주는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 2003년 유럽투어 독일 마스터스에서 프로저를 처음 만난 뒤 줄곧 함께했다. 최경주와 프로저는 PGA 8승 중 7승을 합작했다. 최경주는 스티브 언더우드(미국)를 새 캐디로 영입하는데 언더우드 역시 2002년 최경주의 PGA 첫 승 때 캐디백을 멨던 '구면'이다.

최경주는 지난 5월 국내 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내 영어가 느는만큼 프로저의 한국말도 늘어간다"며 웃었다. 프로저는 "최경주는 훌륭한 골퍼이자 본받을만한 남자"라고 했다. 50대 후반의 나이에 체구도 작은 프로저가 더운 여름날 무거운 캐디백을 메고 헉헉거리면 때로 최경주가 대신 백을 메는 장면이 종종 목격되기도 했다. '보스'인 최경주가 경기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자신이 행여나 짐이 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프로저다. 둘은 그렇게 선수와 캐디로 만나 친구가 됐다.

이런 이상적인 관계가 있는가 하면 타이거 우즈와 스티브 윌리엄스처럼 애증관계로 변하기도 한다. 윌리엄스는 우즈와 12년을 함께하며 부와 명예를 누렸는데 한순간에 '팽'당하자 증오를 드러냈다. 최근엔 우즈를 향해 '흑인 멍청이'라는 인종차별 발언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선수보다 더 바쁜 캐디

프로선수의 캐디는 경기보조원 이상의 존재다. 클럽을 관리하고, 캐디백을 운반하고, 선수의 스케줄을 모두 챙기는 일종의 로드 매니저다. 대회에 앞서 코스답사를 하면서 코스 전반을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 윌리엄스는 우즈와 함께 할 당시 미리 다음 대회 코스에 도착해 18홀 구석구석을 체크한 것으로 유명하다. 모든 일에서 선수보다 한발 앞서 다녀야 한다. 선수의 샷 특성을 파악해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경기 중 흥분하기 쉬운 선수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냉정하게 조언하는 것도 중요하다. 캐디는 골프룰에 의거 경기중 선수에게 유일하게 조언할 수 있다. 윌리엄스는 클럽선택에서도 우즈와 자주 부딪혔지만 우즈는 윌리엄스의 판단을 존중하는 편이었다. 믿음 때문이다. 캐디는 골프도 알아야 하고, 사람도 알아야 한다.

경기중 벙커 정리, 클럽 손질, 잔디 디보트 메우기 등 골프 스윙(퍼팅 포함)을 제외한 모든 일이 캐디 몫이다.

▶캐디, 코스 고독을 잊게하는 유일한 존재

기계적인 도움을 원한다면 골프장에서 일하는 하우스 캐디를 써도 된다. 하지만 선수들은 대부분 전문 캐디를 둔다. 경기 외적인 도움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여자골프투어 다승 1위(3승)인 김하늘(23·비씨카드)은 지난 9월 캐디를 바꿨다. 아버지 김종현씨가 딸의 캐디백을 멨는데 또래 남자 캐디를 고용했다. 이후부터 급상승세다. 김하늘은 "말도 통하고 너무 좋다. 내년에 캐디가 군대를 가는데 걱정"이라고 했다. 골프는 하루 4시간 넘게 경기가 진행된다. 동반자와 가벼운 대화를 하지만 희노애락을 혼자 삼켜야 한다. 캐디는 코스내에서 유일한 자기편이다. 선수들은 캐디를 가족같이 생각한다. 특히 젊은 선수들일수록 더 그렇다. 예전에는 여자선수들의 경우 아버지가 직접 캐디백을 메기도 하고, 배상문은 열혈 어머니가 캐디백을 멘 적도 있지만 요즘은 전문 캐디가 대세다. 최호성(38)처럼 장인이 캐디를 맡는 특별한 경우도 있지만.

▶특급 캐디, 부자도 된다

윌리엄스는 지난 12년간 우즈 때문에 1000만달러(약 120억원) 이상을 번 '황제 캐디'다. 연간 100만달러(약 12억원)를 넘게 벌었는데 웬만한 PGA 프로선수보다 나았다. 물론 특별한 경우지만 특급선수 캐디는 꽤 큰 돈을 만진다. 보통 우승상금의 10%는 캐디 몫이다. 국내 대회는 우승상금이 1억원 내외, PGA투어는 15억원 내외다. 챔피언 퍼트를 하는 선수옆에서 캐디가 제일 먼저 환호하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다. 준우승부터 톱10은 상금의 5% 정도를 캐디가 갖는다. 이와는 별도로 전문캐디는 연간계약을 따로 한다. 국내 A급 캐디의 기본연봉은 3000만원을 상회한다. 최근 몇 년간 캐디의 전문성에 대한 평가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