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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 호마레, 고베아이낙 우승 직후 '지소연은 천재'

"지소연은 천재다. 패스도 드리블도 완벽하다."

'일본 여자축구의 영웅' 사와 호마레(33)는 '팀 동료' 지소연(20·고베 아이낙)을 극찬했다. 지난 여름 국제축구연맹(FIFA) 독일 여자월드컵 우승 이후 일본에서 여자축구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특히 대회 MVP를 수상한 서른세살의 노장 사와는 현재 일본 스포츠계 최고의 스타다. 그녀가 나타나는 곳이면 어디나 '구름' 취재진이 몰린다. 오죽하면 기자들의 눈을 피해 살던 집까지 옮겼을까. 12일 AS엘핀 사야마와의 홈경기가 열린 일본 고베 홈즈스타디움에서도 "사와!"를 외치는 함성은 여전히 뜨거웠다. 경기장 입구 기념품 숍에선 '8번' 사와의 전기, 만화, 유니폼, 사진, 열쇠고리가 불티나게 팔렸다.

고베 아이낙은 이날 AS엘핀 사야마를 4대0으로 대파하고 정규리그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2승3무 '무패'로 20일 남은 후쿠오카전 결과에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지었다. 경기 직후 믹스트존의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수십명의 일본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막 끝낸 사와를 붙잡았다. 지소연, 권은솜의 일본어 선생님이자 통역을 맡아준 이미진씨(23)는 "사와는 일본에서 대스타다. 여간해선 개별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 운이 좋다"고 귀띔했다. '동료' 지소연에 대한 질문에 반색했다. "소연은 천재"라는 한마디가 귀에 쏙 들어왔다. "패스도 드리블도 완벽하다. 어떤 포지션도 소화할 수 있는 대단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인사치레로 들리진 않았다. "처음 왔을 때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 알아듣고, 말할 줄 안다"며 적응력도 높이 평가했다. 이날 믹스트존에서도 지소연은 현지 취재진과 막힘없는 일본어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소연 역시 사와에 대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선수"라고 칭찬했다고 하자 "어! 그럴 리가 없는데?"라는 농담으로 받아치며 환하게 웃었다. 사와는 'A매치 라이벌' 지소연과 '팀 동료' 지소연의 차이점에 대해 "평소 장난기 많고 친근한 소연은 A매치에서 만나면 강해진다. 절대 지지 않으려는 의지가 보인다"고 했다. '지고는 못사는 독종' 지소연을 잘 알고 있었다. 지난 9월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서 일본에 패하고 올림픽 티켓까지 놓친 후 상심이 컸다. "친한 동료들이 잘되는 건 물론 좋지만 일본의 월드컵 우승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속내다.

일본 진출 첫해,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린 지소연은 실력과 매력으로 동료들의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에 완벽하게 녹아든 모습이다. 중원사령관으로, 플레이메이커로, 전문 키커로 종횡무진 활약하며 7골 5도움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전반 39분 정확한 '택배 크로스'로 팀의 2번째 골을 도왔다. 후반 20분엔 간담이 서늘한 '지소연표' 중거리포가 아슬아슬하게 골문을 비껴가자, 서포터스들은 "지소연!"을 연호했다. 우승 직후 시상식에서도 지소연은 인기 폭발이었다. 주장이자 절친인 카와스미 나호미, 타나카 아스나 등과 스스럼없이 끌어안고 운동장을 돌며 장난을 쳤다. 지난 4월 개막전 이후 7개월만에 경기장을 찾은 지소연의 어머니 김애리씨를 향해 선수들은 "안녕하세요, 엄마"라는 한국어로 인사했다.

일본에서 성공적인 1년차를 보낸 지소연은 내년에도 고베 아이낙 유니폼을 입는다. 올해 남은 마지막 목표는 신인상이다. 9골을 기록중인 우레와 레즈의 키라 치카가 경쟁자다. 팀 기여도에서 지소연이 단연 앞서지만 남은 경기에서 골 욕심을 좀더 부려볼 참이다. 사와는 지소연의 신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나는 100%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치의 주저함도 없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