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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 앞둔 라모스, 삼성을 수렁에서 건졌다

아이러니다. 퇴출이 결정된 용병이 삼성을 연패의 늪에서 구했다.

서울 삼성의 용병 피터 존 라모스가 9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전자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서 무려 32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94대87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은 이 한번의 승리로 6연패에서 탈출했다. 지난 10월23일 KCC전 이후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던 삼성은 이로써 오랜만에 웃었다.

라모스는 역대 최장신 선수로 큰 기대를 모았다. 키 2m22로 KCC 하승진(2m21)보다도 컸다. 하지만 예상밖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자신보다 15㎝ 작은 용병들에게도 블록슛을 당하는 모습이 나왔다. 움직임이 좋지 않으니 골밑의 라모스에게 유기적인 볼 공급이 이뤄지지도 못했다. 수비에서도 라모스는 적응력이 떨어졌다. 김상준 감독이 추구하는 빠른 농구에서 라모스가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모양새였다. 결국 삼성은 최근 용병 아이라 클라크에 대한 가승인 신청을 KBL에 했다. 용병 교체를 결정한 것이다.

삼성으로선 '진작 이렇게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만한 경기였다. 라모스는 32점 10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에 가까운 성적을 냈다. 이날은 경기 중후반에 라모스에게 효율적인 볼 공급이 이뤄졌다.

전자랜드에겐 아쉬운 경기가 됐다. 이날 이겼다면 모비스가 갖고 있던 역대 정규경기 홈 최다연승 기록(12연승)에 타이를 이룰 수 있었다.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인 2월26일 오리온스전부터 홈에서 11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경기는 3쿼터까지 팽팽하게 진행됐다. 전자랜드가 전반을 45-41로 앞섰지만 6연패에서 탈출하려는 삼성의 저항이 거셌다. 삼성은 3쿼터 막판에 용병 라모스의 활력 넘치는 공격과 이승준 이규섭의 재치있는 플레이에 힘입어 65-63 역전에 성공했다.

4쿼터 들어서도 삼성은 이승준의 덩크슛, 이규섭의 3점슛이 잇달아 나오며 70-65로 리드를 이어갔다. 4쿼터 5분 안쪽으로 들어왔을 때는 11점차까지 거리를 벌리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전자랜드는 마지막 4분30초를 남겨놓고 용병 잭슨 브로만이 5반칙 퇴장당하며 기세가 꺾였다. 전자랜드는 2분여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신기성과 임효성 이현호의 3점슛이 잇달아 나오며 6점차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높이가 처지는 상황에서 따라붙을 시간은 부족했다.

인천=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