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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선수가 해외에서 뛸 수 있다고?

한국축구의 근간을 뒤흔든 승부조작으로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에서 징계를 받은 선수가 해외리그에서 뛸 수 있을까.

정답은 '있다'이다. 최초 사례가 발견됐다. 전 부산 아이파크 수비수 출신 이정호(30)가 사우디아라비아리그 알 에티파크(Al ITTIFAQ) 소속으로 뛰고 있는 것이 포착됐다.

사연은 이렇다. 이정호는 지난 7월 13일 울산 현대와의 컵대회 결승을 앞두고 승부조작 자진신고를 했다. 지난해 10월 27일 수원 삼성전(0대1 패)에서 1500만원을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고 시인했다. 전 소속팀에서는 7월 계약 해지됐다. 이후 8월 25일 연맹의 승부조작 관련자 징계에 따라, 이정호는 K-리그 선수자격 영구박탈 및 작무자격 영구상실을 비롯해 보호관찰기관 3년, 사회봉사 300시간의 중징계를 받았다. 국내에서 선수는 물론이고 지도자, 축구단체 임직원, 에이전트 등 축구와 관련된 일을 전혀 할 수 없게 됐다.

이정호는 8월 재판을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7월 말 알 에티파크의 선수 수급을 담당하던 유럽 출신 에이전트가 한국선수 영입 의사를 보내왔다. 완적 이적이 아닌 단기임대 선수를 원했다. 임대기간은 10개월이었다. 당시 이정호의 에이전트를 담당하던 A씨는 난색을 표했다. 그러자 유럽 출신 에이전트가 이정호를 지목했다. A씨는 이정호가 왜 해외리그에서 뛸 수 없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알 에티파크 측은 이정호의 상황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가장 중요한 이적 동의서가 필요했다. 선수가 해외리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소속팀과 협회의 이적 동의서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적 동의서 발급 불가는 불보듯 뻔했다. 결과도 동일했다. 당시 부산도 발급 불가의 뜻을 폈고, 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발급 불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알 에티파크 측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FIFA에 제소를 한 것이다. 심지어 구단 측은 FIFA 전문 변호사까지 고용해 이정호의 이적에 대해 변론했다. 결국 FIFA는 이적 동의서를 발급해줬다. FIFA에서는 약자인 선수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유권해석을 내려 임시 이적동의서를 발급해주는 경우가 있다. 다소 발급 기간의 차이는 있지만, 선수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규정이다. 이후 1일 취업비자를 받은 이정호는 2일 알 알리 원정에서 벤치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정호의 상황은 불안하기만 하다. 아직 공판 2심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11월 중에 열릴 공판에서 징역 징계가 확정될 경우 사우디리그 진출도 물거품이 된다. 마지막 남은 끈조차도 산산조각이 나는 것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