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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난장판 토크? 웃지만 마시라, 전문가적 분석도 있다!

"웃자고 하는 소리에 이런 냉철한 분석이 들어있다니..."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이하 라스)는 '난장판 토크쇼'에 가깝다.

'무릎팍 도사'가 끝나고 5분간 방송되는 '굴욕'을 겪어도 전에 없던 이색 토크쇼의 매력에 많은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매번 게스트들을 함부로 대하고,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라스' 특유의 개성은 '변종 토크'의 가능성을 새롭게 제시했다. 때로는 발언의 수위가 문제되기도 했고, MC 김구라가 친분을 이용해 사적 이야기를 꺼내는 등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적 발상'은 '라스'만의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라스'의 토크에는 냉철한 분석이 들어가 있다는 게 특징적이다.

지난 2일 방송된 '무한도전'의 박명수, 정형돈, 하하 편은 그 정수를 모아 놓았다.

MC 김구라와 게스트인 박명수는 서로를 물고 뜯는 '싸움' 중에도 자신들의 예능 캐릭터에 대한 심도 있는 토크를 이어갔다.

똑같은 독설가의 이미지를 가진 두 사람이 한 프로그램에서 MC를 맡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주제를 놓고, 박명수는 "김구라씨와 나는 다른 면이 있다. 김구라씨는 논리력이 있다. 상황을 정리해줄 수 있는 진행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탁재훈, 김제동과 함께 프로그램을 했다가 실패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그 원인을 명확히 분석하기도 했다.

웃기는 데 욕심이 많은 박명수와 탁재훈이 서로 말을 많이 했고, 그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줄 것 같았던 김제동마저 개그에 욕심을 부려 결국 '최악의 조합'이 이뤄진 것. 박명수는 "담당 PD가 당신들끼리 방송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해 큰 웃음을 안겼다.

웃자고 한 얘기이지만 이는 집단 MC 체제에서 MC들의 조합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무엇보다 이들 스스로가 계산된 MC 조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자 1인자와 2인자의 관계도, 예능 프로그램의 장수 비결 등을 설명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라스'의 심층토크는 그래서 알고 보면 방송계의 생리를 적나라하게 혹은 솔직하게 드러내는 기능을 하고 있다.

그냥 웃고 떠드는 토크쇼라는 편견을 깨는 '라스'만의 매력이 더욱 돋보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