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골프에서 남녀 차이 기본이 50야드

'골프 여제' 청야니(22·대만)는 당분간 성대결에 나서지 않을 것 같다. 가능성을 밝혔다가 꼬리를 내렸다. 각오만 다진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대결에서 성공하려면 남녀 골프의 물리적 격차를 극복해야 한다.

청야니는 올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7승을 포함해 전세계 투어에서 11승을 거뒀다.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등 조기 은퇴한 '왕년의 여제' 적통이다. 멀리, 정확하게 치고, 대담함까지 지닌 가장 완벽한 여자선수다.

하지만 이런 청야니도 성대결을 놓고 고민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한때 59타를 쳤던 소렌스탐도 남자대회에 나갔다가 컷탈락한 뒤 "다시는 어리석은 짓을 안할 것"이라며 돌아섰다. 13세에 300야드 티샷을 날린 재미교포 미셸 위도 성대결 성적은 낙제다.

골프에서 남녀 사이에는 이른바 '50야드 법칙'이 존재한다. 체격과 근력이 다르다. 여자 선수들의 티잉 그라운드는 남자에 비해 훨씬 홀에 가깝다. PGA 투어는 18홀 기준으로 전장이 7400야드 내외, LPGA는 6600야드 내외다. 파3홀 몇 개를 제외하면 거의 홀당 50야드 차이다.

PGA 최장타인 J.B 홈즈(미국)는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가 318.4야드, LPGA 최장타인 청야니는 267.9야드로 50.5야드 차이다. 국내 남자골프 5년 연속 최장타인 김대현(23·하이트)의 평균 비거리는 297야드, 국내 여자골프 최장타인 양수진은 254야드다. 43야드 차이다. 아마추어 골퍼도 비슷하다. 국내 남자 아마골퍼의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잘 맞았을 때 기준으로 210야드. 여성은 160야드 내외다.

아이언 샷 남녀 차는 이보다 크지 않지만 그래도 20야드 이상이다. 궁극적인 헤드스피드에서 차이가 난다. 골프볼은 같지만 장비 스펙은 다르다.

여자 프로들의 클럽 스펙은 남자 아마추어 고수와 흡사하다. 드라이버 샤프트 강도는 스티프(S), 로프트는 9.5도가 제일 많다. 하지만 남자 프로들은 드라이버 로프트가 8.5도, 심하면 7.5도까지 내려간다. 샤프트는 S를 넘어 X(엑스트라 스티프)급이 대부분이다. 김대현은 거의 스틸 샤프트 수준인 XX(엑스트라 엑스트라 스티프)급을 쓴다.

로프트는 낮을수록 탄도를 낮춰 볼을 멀리 보내고(프로의 경우), 샤프트는 딱딱할수록 좌우 휨을 줄인다. 하지만 스윙스피드가 낮은 사람이 낮은 로프트, 딱딱한 샤프트를 쓰면 오히려 거리 손실이 생긴다. 또 로프트가 낮으면 좌우 스핀이 더 많이 발생돼 슬라이스와 훅 위험성이 높다.

이 모든 차이를 감안해 남자와 여자는 같은 코스지만 다른 전장, 다른 티잉그라운드에서 경기한다.

벽은 거리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요소에도 있다. 골프는 개인 스포츠지만 동반자나 주위 분위기에 좌지우지되는 '멘탈 스포츠'다. '코리안 탱크' 최경주는 2000년대 초반 미국 진출의 스트레스를 언급했다. 국내에선 장타자였지만 미국에선 단타자였다. "거리에 신경쓰다보니 정확도가 흔들렸다." 청야니가 만약 남자대회에 출전한다면 차원이 다른 스트레스와 맞닥뜨려야 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