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AFC 어처구니 없는 수원 징계, 한국 축구 외교력 문제

예견된 재앙이었다.

수원 삼성에 철퇴를 가한 어처구니 없는 징계가 한국 축구의 현주소다. 아시아축구연맹(AFC)내 '반한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난투극에 휘말린 공격수 스테보와 고종수 수원 코치는 6경기 출전 정지를 받았다. 반면 그라운드에 난입, 한국 관중을 때린 알 사드(카타르)의 케이타 압둘 카데르와 비신사적 골로 빌미를 제공한 니앙은 추가 징계를 피했다. 둘은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 현대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구색을 맞추기 위해 알사드 골키퍼 코치인 수하일 사베르 알리만 6경기 출전 정지를 당했다.

반한 기류는 이미 올초 현실로 드러났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AFC 몫의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5선 도전에 실패했다. AFC 가맹국의 표심을 잡지 못했다. 이번 징계도 연장 선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다.

AFC의 징계위원회(Disciplinary Committee)는 총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 출신은 없다. 싱가포르의 림 키아 통이 위원장, 예멘의 하미드 샤이바니가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중국과 일본,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홍콩, 파키스탄 출신이 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화상 회의를 통해 이번 징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감독관의 보고서가 잣대였다. 수원과 한국프로축연맹은 AFC 창구인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지난달 21일 사진을 첨부한 해명자료를 보냈지만 결과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냉정하게 짚어보자. AFC는 1차적으로 퇴장 사건에 대해서만 징계위를 열었다. 스테보, 고종수 코치, 케이타, 니앙, 수하일 사베르 알리만 코치가 회부됐다. 집단 난투극에 대한 종합적인 징계위는 24일 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폭력 사건에 연루된 스테보와 고종수 코치를 두둔하는 것이 아니다. 사건의 발단이 어떻든 난투극에 휘말린 것은 징계 대상이다. AFC 규정에는 폭행에 가담할 경우 최소 6경기 출전 정지가 내려진다고 명시돼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은 케이타의 폭력 행위다. 관중의 그라운드 난입은 잘못됐지만 관중을 때린 선수의 죄질은 더 나쁘다. 있을 수 없는 불행한 사건이다. 중징계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그는 퇴장에 따른 1경기 출전 정지에 그쳤다. 수원과의 4강 2차전 결장으로 징계에서 탈출했다. 케이타의 무혐의에 의혹이 있다. 그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시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원은 물론 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가 황당해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힘'이 바로 반한 정서다. 한국은 AFC에서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정 회장의 낙선에서도 볼 수 있지만 AFC 힘의 균형은 중동으로 넘어갔다. 카타르 출신 무하마드 빈 함맘 전 AFC 회장의 퇴출에도 중동이 기득권을 쥐고 있다. 강력한 연대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비해 AFC의 또 다른 축인 한국-중국-일본의 동아시아는 제각각이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식으로 서로 견제하는 양상이다. 패권을 쥘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축구는 또 다른 섬이다. 축구 수준을 무기로 AFC와 가맹국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외교력 부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아군이 없다. 한국이 징계위에 회부되면 더욱 더 엄정한 기준을 들이댄다.

강온 전략이 필요하다. 통로인 대한축구협회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 이번 AFC의 징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K-리그의 문제를 넘어 한국 축구가 '괘씸죄'의 표적이 된 형국이다. 형평성 부분을 조목조목 반박해야 한다. 동시에 외교력 부재는 반성해야 한다. 한국은 엄연한 AFC 가맹국이다. 눈높이를 FIFA에 맞추기 보다 AFC에서 먼저 설 자리를 찾아야 한다.

기댈 언덕은 없다. 축구는 계속된다. 삐뚫어진 시각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급선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