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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오른 이승기, 내년에도 '최만희 아이들'로 뛴다

이승기(23)는 올시즌 K-리그 막내 광주FC가 낳은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이승기는 금호고 시절부터 각광을 받아왔다. 2006년에는 한국축구대상 고등부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당시 한솥밥을 먹던 기성용(22·셀틱)보다 더 주목을 받았던 유망주였다. 대학 무대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기량을 높게 평가받았다. 이후 그는 올시즌 창단된 광주FC에 우선지명을 받아 프로에 데뷔했다.

그러나 시즌 개막 전 평가는 냉혹했다. 이승기의 성공을 예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특히 프리시즌 상주 상무와의 연습경기에서 발목을 다쳐 프로 데뷔가 한달간 늦어졌다.

하지만 이승기는 조급하지 않았다. 완벽한 몸상태로 그라운드에 설 때까지 이를 악물었다. 4월 6일 부산과의 컵대회 경기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이승기는 리그에서 본격적으로 진가를 드러냈다. K-리그 적응을 마친 뒤 한달여가 되는 시점에 프로 데뷔골을 터뜨렸다. 5월 1일 대전과의 정규리그 경기(2대1 승)였다. 팀 공격의 핵으로 부상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탁월한 공수조율이 돋보였다. 득점도 불을 뿜었다. 올시즌 이승기는 27경기에 출전, 8골을 터뜨렸다. 재미있는 공식이 생겨났다. '이승기 골=팀 무패.' 이승기가 골을 넣는 경기에는 팀이 패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승기가 8골을 넣은 경기에서 광주는 4승 2무를 기록했다. 한 경기도 패하지 않았다.

지난 9월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도 달았다.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은 "(이승기는) 왼발과 오른발 가리지 않고 슈팅 능력이 좋다. 공수조율도 창의적이다. 축구지능이 뛰어난 것 같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시즌이 끝난 뒤 이승기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일부 구단들의 전화가 많이 걸려왔다. 내년시즌 리그가 스플릿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경기수가 늘어난 것과 2013년 승강제를 대비한 측면에서 일부 구단들이 전력 보강을 위해 이승기를 주목한 것이다. 이승기 외에도 올시즌 '헝그리 정신'으로 신생팀 데뷔시즌 최다승(9승)을 거둔 광주 선수들을 영입하려는 구단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승기는 지난 30일 대전과의 최종전(0대1 패)이 끝난 뒤 최만희 광주 감독과 약속을 했다. 다른 구단들의 영입 제의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했다. 구단 역시 이승기의 이적은 절대불가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칫 선수의 마음이 흔들 가능성이 있었다. 이승기는 올해 팀 내 최고 고가점수를 받을 선수로 유력하다. 전년도 기본급연액의 100%를 초과할 수 없다는 기준이 있지만, 100%를 채울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시민구단의 재정상 100% 연봉인상은 큰 부담이다. 다른 구단에서 100% 연봉 인상액과 +a의 수당을 제시할 경우 다소 솔깃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렇지만 돈보다 의리를 택한 이승기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광주가 K-리그에서 안정된 팀으로 정착할 때까지 발판을 다지는데 일조하겠다는 그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