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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기록 흉년의 주범은 습도

외국 육상 선수들이 한여름 한국에 와서 가장 힘들어 하는 게 습도다. 70~80%의 높은 습도는 경기력을 방해한다. 특히 이런 후텁지근한 날씨는 유럽인들에게 익숙지 않다.

러시아의 미녀 멀리뛰기 선수 다르야 클리시나(20)는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 7위에 머물렀다. 발목 부상과 함께 높은 습도 때문에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유럽은 한 여름 한국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간다. 하지만 습도가 높지 않다. 해가 지면 선선한 기운이 돈다.

대구시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지금까지 많은 신기록이 쏟아졌던 파란색의 몬도 트랙(대개 단거리 선수들에게 유리)을 대구스타디움에 깔았다. 우사인 볼트 같은 스프린터들이 세계기록을 세워줬으면 하는 바람이 담겼다. 실제로 대회가 나중에라도 빛이 나기 위해선 세계기록이 한두 개 정도 나와야 제격이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도 4년 전 일본 오사카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같은 기록 흉년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29일까지 3일 동안 세계 신기록은 나오지 않았다. 뉴질랜드의 발레리 아담스(21m24)가 여자 투포환에서 대회 기록을 수립한 게 가장 컸다.

2년 전 베를린 대회에선 총 3개(남자 100·200m, 여자 투해머)의 세계기록이 수립됐었다. 대회 신기록도 6개나 나왔다. 동양에서 열린 두 번째 대회였던 2007년 오사카에선 세계기록이 전무했다. 당시 선수들의 경기력을 가장 방해한 것은 무더위였다. 매일 섭씨 30도를 훌쩍 넘었고, 습도도 80% 이상이었다. 경보와 마라톤을 마친 선수들이 다수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을 정도였다. 당시 유럽 미디어는 이같은 날씨가 낯선 유럽 선수들에게 무척 힘들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2005년 핀란드 헬싱키대회에서는 세계기록이 2개(여자 장대높이뛰기, 여자 투창) 나왔다.

대구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연평균보다 기온이 낮고 비가 올 것을 걱정했다. 하지만 개막일이었던 27일부터 3일 동안 날씨는 좋았다. 오히려 뒤늦게 대구의 찜통더위가 시작되고 있다. 한낮 기온은 섭씨 32도까지 치솟는다. 습도는 최대 80%를 훌쩍 넘길 때도 있다. 오사카대회 때보다는 좋은 날씨지만 여전히 유럽 선수들에게는 힘든 날씨다.

이번 대구대회가 세계육상 역사에 남아 오래 기억되려면 세계기록 하나 쯤은 나와야 한다. 볼트와 데이런 로블레스(남자 110m허들, 진로방해)의 실격만 기억된다면 곤란하다. 남은 기간 볼트가 참가할 남자 200m, 남자 400m계주에서 기대를 걸어볼만하다. 대구=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