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넥센 심수창 박병호, 친정팀 처음 만난 날



이적 후 처음 만난 친정팀. 모두들 밝은 표정이었다.

LG-넥센전이 열린 23일 잠실구장.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바로 지난달 31일 LG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심수창과 박병호였다. 둘 모두 LG에서 데뷔해 줄무늬 유니폼만을 입어온 선수들이다. 잠실구장은 각각 7년과 6년 넘게 안방처럼 드나들던 곳. 생각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야구장에 올 수 있었다.

심수창은 넥센 선수단보다 한발 앞서 잠실구장을 찾았다. 가장 먼저 박종훈 감독이 있는 감독실의 문을 두드렸다. 박 감독은 옛 제자에게 따뜻한 격려를 건넸다. 미소와 함께 "앞으로 더 잘해줘라"는 부탁까지 했다. 훈련이 시작된 뒤에는 박병호가 그라운드에 나와있는 박 감독에게 인사를 왔다.

경기 전 박 감독은 심수창과 박병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보였다. "미워서 보낸 선수들이 아니다. 전력 보강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면서 "다들 잘해줘서 너무 고맙다. '앞으로도 계속 잘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적 뒤 넥센의 4번 타자로 활약중인 박병호에 대해서는 "우리 팀에서 뛸 때와는 마음가짐의 차이가 클 것이다. 오늘 보니 부담감과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중압감에서 벗어나 편하게 야구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심수창은 훈련을 마친 뒤 분주해졌다. 21일 목동 KIA전에 선발등판해 이날 훈련양이 많지 않았던 그는 LG 라커룸과 웨이트장을 바삐 오가며 선수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러던 중 라커룸 앞 복도에서 이날 1군에 합류한 박현준과 조우했다. "어깨는 괜찮냐"며 대화를 시작한 둘은 농담을 건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박현준은 "형, 연패 끊은 것 축하드려요"라고 말한 뒤 곧바로 "근데 또 연패 시작했다면서요?"라고 놀리기도 했다. 심수창은 이에 "너 병호한테 200m짜리 홈런 한 번 맞아봐야겠다. 사실 너도 곧 연패에 빠질지도 모른다"고 응수했다. 후배와 유쾌한 대화를 끝낸 심수창은 한층 여유로워 보였다. 웨이트장으로 들어가서는 리즈에게 자신의 유니폼을 가리키며 "내 유니폼 좀 봐. 어때? 너도 옮길래?"라며 함께 박장대소하기도 했다.

반면, 이날 경기에 4번 1루수로 나선 박병호는 차분한 모습이었다. 박병호는 경기 전 "친정팀이란 것을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곧이어 "만약에 이번 3연전에서 홈런을 친다 해도 세리머니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트레이드가 발표된 직후에도 "내가 잘하지 못했다. LG 팬들에게 죄송하다"라고 말했던 그다. 팬들 역시 박병호의 마음을 알았는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큰 환호를 보냈다.

한편, 심수창 박병호와 함께 트레이드돼 LG의 유니폼을 입은 송신영과 김성현도 넥센 선수단과 조우했다. 지난 19일 부상을 한 넥센 김성태는 이날 병원 검진 뒤 잠실구장을 찾았다 송신영과 김성현까지 만나 함박웃음을 보였다. 김성태는 김성현에게 "넥센이 좋냐, LG가 좋냐?"라며 짓궂은 질문을 하기도 했다. "잘 모르겠다"는 답이 날아오자 그는 "이건 엄마랑 아빠 중에 누가 좋냐고 물어보는 건가"라며 머쓱해했다. 곧이어 아이싱용 헐렁한 티셔츠를 입은 송신영이 라커룸에서 나오자, 티셔츠를 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송신영은 "이거 하나 밖에 안 나오는 거라 못 준다. 미안하다"라며 서둘러 발걸음을 돌렸다.

트레이드 이후 친정팀과의 첫 만남. 이들은 의연히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