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이동국, 9경기 이어진 '나믿이믿'에 해트트릭 화답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52)은 2009년 K-리그를 준비하면서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공격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이동국(32)을 영입하기로 했다. 이동국은 2008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미들즈브러에서 방출된 뒤 성남 일화로 돌아왔으나, 후반기 14경기에서 2골2도움에 그쳐 새 둥지를 찾고 있던 처지였다. 당시 이동국에게 '한물 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최 감독은 이동국에 대한 믿음을 져버리지 않았다. 이동국은 그해 전북에서 K-리그 29경기에 나서 21골을 기록하면서 데뷔 11년만에 득점왕에 오름과 동시에 전북을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후 이동국은 전북의 간판 선수로 변신하면서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2011년에도 이동국은 최 감독의 믿음 속에 맹활약을 했다. 올해 리그에서는 김정우(상주) 데얀(서울)과 득점왕 경쟁을 펼쳤다. 특히, 2선 플레이에 눈을 뜨면서 10도움을 기록,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득점과 도움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여름에 접어들면서 이동국의 득점포가 침묵하기 시작했다. 8경기 연속 무득점의 부진에 빠졌다. 득점 선두 자리는 데얀에게 물려준지 오래 됐다. 소속팀 전북의 승점 쌓기에도 제동이 걸렸다. 주변에서는 이동국의 부진을 우려하며 최 감독이 공격진 구성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최 감독은 뚝심있게 이동국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언젠가는 터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포항 스틸러스와의 K-리그 22라운드 경기에서도 원톱 자리는 이동국의 몫이었다. 최 감독은 "친정팀을 상대로 (부진을) 풀어야지 누구에게 풀겠느냐"고 웃으면서 "(이)동국이가 골은 못 넣고 있지만 나쁘지 않다.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면 내가 먼저 뺐을 것이다. 단지 찬스를 골로 연결하지 못한 것 뿐"이라고 무한신뢰를 드러냈다. 그야말로 '나믿이믿(나는 믿을래. 이동국 믿을래)'이었다. 최 감독은 "오늘 동국이가 골을 넣고 포항에게 승리한다면 그거야말로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최 감독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스승의 무한신뢰가 9경기만에 결실을 맺었다. 제자는 오랜 기다림에 사죄하듯 멀티골로 화답했다. 이동국은 포항전 후반 16분 신광훈과 경합 끝에 페널티킥 찬스를 얻어냈고, 찬스를 오른발로 마무리하면서 긴 침묵을 깼다. 1대1로 팽팽한 공방전이 계속됐던 후반 33분에는 상대 골키퍼와 수비진 실책이 곁든 행운의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다시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후반 종료 직전에는 수비수 경합을 떨쳐내고 또 다시 골망을 갈라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은 2만여 관중들은 이동국의 골폭풍에 환호했다.

전북은 포항을 3대1로 제압하면서 승점 47(포항 승점 40)이 돼 선두 독주체제룰 굳혔다. 6월 11일 경남전을 끝으로 침묵하던 이동국은 이날만 3골을 추가하면서 득점 경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포항은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3위 FC서울(승점 39)에게 턱밑까지 쫓기게 됐다.

한편, 전남 드래곤즈와 부산 아이파크는 이날 광양 축구전용구장에서 가진 리그 22라운드에서 전반전에만 각각 한 골씩을 주고 받으면서 1대1로 비겼다. 전남은 승점 33으로 7위 자리를 지켰고, 부산은 승점 36으로 수원 삼성(승점 35)을 제치고 4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전주 광양=전영지 박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