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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코트 밖에선 분위기메이커, 안에선 월드스타'

김형실 여자배구대표팀 감독(60)은 16일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뿌듯해했다. 국제배구연맹에서 제작한 월드 그랑프리 예선 3주차 책자를 본 뒤였다. 한국의 간판선수로 김연경(23·터키 페네르바체)이 소개돼 있었다. 평가는 놀라웠다. '100년 만에 나올 법한 선수다'라는 문구가 실려 있었다.

김연경은 이번 대회를 통해 진정한 월드스타로 거듭났다. 7경기를 치른 현재 총 득점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스파이크 143개, 블로킹 11개, 서브 에이스 6개로 총 160득점을 기록 중이다. 기존 27점차던 2m4의 거인 에카테리나 가모바(러시아·122점)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23세의 어린 나이다. 그러나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책임을 다한다.

코트 밖에선 분위기메이커다. 특유의 털털한 성격으로 대표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든다. 19일 저녁식사 시간에는 무엇에 흥이 났는지 동갑내기 이보람(도로공사)과 함께 노래 화음을 맞췄다. 이 모습을 본 선수들은 입가에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홍성근과 신만근 코치가 "예쁘다"보다 "잘생겼다"라고 농담을 던질 때도 항상 웃으며 받아준다. '애어른'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김연경이다.

코트 안에서는 180도 변신한다. '동물의 왕' 사자같다. 1m93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스파이크는 마치 남자 선수의 파괴력을 느끼게 한다. 단점은 철저한 분석을 통해 고치려고 노력한다. 매년 기량이 발전하는 비결은 일본 배구를 배운 덕분이다. 철저하게 분업화되고 기본기를 중시하는 김연경에게 일본 배구는 충격이었다. 리시브부터 토스까지 2년간 일본에서 다시 배웠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게 된 이유도 여기있다.

19일 7년 만에 러시아(세계랭킹 5위)를 꺾을 수 있었던 원동력도 김연경이었다. 이날 김연경은 양팀 통틀어 31점을 폭발시켰다. 경기 초반 서브 리시브에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내 자신의 모습을 찾았다. 주 포지션인 레프트 뿐만 아니라 중앙에서 백어택과 시간차 공격으로 상대 넋을 잃게 만들었다. 위기에선 언제나 김연경이 있었다. 승부의 분수령이던 4세트부터 김연경에게 공격이 몰렸다. 그러나 당황하지 않고 해냈다. 혼자 12득점을 뿜어냈다. 특히 상대 블로킹에 걸리면 세터 이숙자에게 다시 공격을 주문하며 결국 득점을 올렸다. 한국인의 근성을 제대로 보여줬다.

경기가 끝난 뒤 김연경은 겸손했다. 양팀 통틀어 최다인 31득점을 올렸지만 혼자 이룬 결과가 아니라고 고개를 숙였다. 김연경은 "이날 승리는 화합된 모습을 보여준 결과였던 것 같다. 나 혼자 승리를 책임진 것이 아니다. 황연주와 한송이가 터져 나도 잘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도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