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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한걸음당 세금' 20만원 볼트, 한 푼도 안내는 사연

질문 하나. 세계에서 제일 빠른 인간인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가장 무서워 하는 것은?

경쟁자 아사파 파월(29·자메이카)나 타이슨 게이(29·미국). 틀렸다. 볼트를 지도하는 글렌 밀스 코치. 역시 오답이다. 사람이 아니다. 부상. 물론 두려운 존재다. 하지만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아니다. 볼트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바로 '세금 폭탄'이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대회에 참가하는 볼트지만 꺼리는 대회가 있다. 바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리그 중 하나인 런던 그랑프리다. 볼트는 2010년부터 영국 런던 크리스털팰리스에서 열리는 런던 그랑프리에 참가하지 않았다. 영국 정부의 세금 정책 때문이다. 영국은 2010년 4월부터 고소득자에 한해 50%의 소득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다른 나라 국적 선수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에서 벌어지는 국제 경기에 참가하면 초청료와 상금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한다.

하나가 더 있다. 만약 볼트가 단 한대회라 하더라도 영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참가했을 때다. 영국 정부는 볼트에게 전체 수입에서 영국 주최 대회 참가 횟수만큼의 비율을 세금으로 내라고 청구할 수 있다. 즉 10개 대회에 참가했는데 그 중 1개 대회가 영국에서 열린 대회라면 수입 가운데 10분의 1을 세금으로 청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때문에 볼트는 "영국에서 뛰어 벌어들이는 수입보다 내야할 세금이 더 많다"면서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구에서는 아무런 걱정없이 뛸 수 있다. 볼트는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100m, 200m, 400m 계주에 나선다. 100m와 200m 각각 3번(예선-준결선-결선), 400m계주 2번(준결선-결선) 달린다. 벌어들일 수 있는 최대 상금은 36만5000달러(약 3억9000만원)다. 3종목 모두 다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을 때다. 종목별 우승 상금(개인종목 6만달러, 계주 종목 8만달러(팀별, 4명이어서 4로 나누면 2만달러))에 세계신기록 수립 상금(10만달러, 계주는 10만달러를 4로 나누어 2만5000달러)을 더한 값이다. 100m를 41걸음, 200m를 80걸음, 400m 계주를 37걸음에 주파하는 볼트는 8차례 경기에서 437걸음을 뛴다. 한 걸음당 835달러(약 90만원)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그런데 볼트는 세금을 단 한푼도 내지 않는다. 물론 이번 대회도 세금이 있다. 상금은 기타 소득으로 분류된다. 22%(소득세 20%, 주민세 2%)를 세금으로 내야한다. 8만300달러(약 8600만원)다. 한 걸음당 183달러(약 19만8000원)꼴이다. 세금은 대회 조직위원회가 대신 내준다. 볼트만 특별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다. 모든 선수들이 똑같다. IAAF는 세계선수권대회 개최 계약서에 상금에 대한 세금 은 조직위원회가 대신 납부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은 명시된 상금을 온전히 주머니에 넣을 수 있다. 초청료 역시 마찬가지다. 볼트는 30만달러(약 3억2000만원)의 초청료를 받는다. 역시 22%인 6만6000달러(약 7140만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 역시 대회 조직위원회가 대신 납부한다. 세금이 무서워 런던을 찾지않는 볼트지만 웃으면서 대구에서 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구=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