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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400m계주 김국영 임희남 '포기한채 출발선에 서지 않는다'

둘은 쫓고 쫓는 사이였다. 처음엔 선배 임희남(27·광주광역시청)이 앞서 갔다. 임희남은 2007년 비공인이지만 당시 육상 남자 100m 한국 기록(10초31)을 수립했다. 하지만 정작 31년 만에 서말구의 10초34 한국 기록을 갈아치운 주인공은 김국영(20·안양시청)이었다. 그는 지난해 6월 10초23의 한국기록을 세웠다. 임희남은 당시 레이스에서 10초32로 역대 두 번째로 빨랐지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김국영이 그후 탄탄대로를 달린 것도 아니다. 코치를 바꾸고 미국에서 전지훈련까지 했지만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김국영은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전도유망한 젊은 스프린터는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자포자기에 빠졌다.

2011년 1월 둘은 같은 출발선에 다시 섰다. 하나의 새로운 목표가 기다리고 있었다. 육상에서 유일한 단체 종목인 계주다. 8개월 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400m계주 결선 진출을 위해서였다. 아시아에선 일본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자메이카, 트리니다드토바고에 이어 동메달을 땄다.

한국과 일본의 육상 수준차를 고려할 때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렇다고 미리 포기를 하고 출발선에 서 있을 수만은 없었다. 오세진 대한육상경기연맹 수석코치가 계주팀을 꾸렸다. 1번 주자 여호수아, 2번 주자 전덕형, 3번 주자 김국영, 4번 주자 임희남이었다. 예비주자로 김진국과 조규원을 붙였다.

400m계주의 핵심은 세 번의 바통터치(주고받기)다. 한 명이 아무리 빨리 달린다고 해도 좋은 성적이 나지 않는다. 한 번만 바통을 놓쳐도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다. 4명의 주자가 400m를 최대한 빠른 스피드로 달리면서 바통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따라서 두 선수가 서로 겹치는 바통 교환 구간(20m)에서 스피드를 줄이지 않고 바통을 주고받는 게 포인트다.

김국영과 임희남은 머리를 맞댔다. 최적의 바통터치 지점을 찾기 위해 체크와 마크를 수도 없이 했다. 임희남의 보통 족장으로 25발짝 뒤 예비존을 김국영(3번 주자)이 통과했을 때 임희남(4번)이 스타트를 끊으면 최고의 스피드에서 바통을 터치할 수 있다는 걸 찾아냈다. 바통 터치 기술을 배우러 태국도 다녀왔다.

노력의 결실은 지난 5월 23년 만의 한국기록(39초04) 경신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세계기록(37초10·자메이카), 아시아기록(38초03·일본)과는 1초 이상의 격차가 있다. 결선에 가기 위해선 38초 중반까지 기록 단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걸 안다.

김국영은 B기준 기록(국가당 한 명 출전)을 통과해 100m예선에도 출전한다. 그는 "100m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비중은 400m계주에 더 두고 있다"면서 "속된 말로 '겁대가리' 없이 도전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제 그의 나이 20세. 내년에 런던올림픽이 기다리고 있고, 2013년에는 모스크바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다.

계주팀의 맏형 임희남은 "내가 우리 6명 중에서 개인 능력이 뛰어나서 리더가 된 것이 아니다. 가장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면서 "우리 팀은 8개월 이상 함께 생활했다. 다른 어떤 팀 보다 호흡이 잘 맞을 것이다"고 했다. 임희남은 지난해 겨울 얼짱 육상 선수 김하나와 결혼했다. 가장이 된 후 그는 책임감이 생겼다. 당당한 남편이 되기 위해서라도 이번 대회에서 세계의 높은 벽과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이번 남자 400m계주에는 최대 20개팀이 출전할 것 같다. 경기는 대회 마지막 날인 9월 4일 벌어진다. 예선라운드에서 8위 내에 들어야 결선에 나갈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