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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육상]우사인 볼트의 '불친절했던' 첫 훈련

자메이카인들은 대개 낙천적이다. 레게 파마를 한 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레게 음악 아래에서 몸을 흔들며 웃음을 잃지 않는 그런 분위기다. 자메이카를 배경으로 한 영화 '쿨러닝'에서 유쾌하게 좌충우돌했던 배우들을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대구를 찾은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기존에 익숙하던 자메이카인과는 많이 달랐다. 16일 대구 공항에 도착한 뒤 30초만에 도착장을 빠져나갔다.

17일도 마찬가지였다. 대구 그랜드호텔에 여장을 푼 볼트는 하루종일 잠만 잤다. 볼트가 머무는 781호는 이 호텔에서 가장 싼 일반 객실인 디럭스룸이다. 하루에 17만원이다. 별다른 특별요구사항은 없었다. 단 한 가지, 간이 침대만 요구했다. 키가 1m95의 장신이기 때문에 침대 바깥으로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간이침대가 필요했다. 아침 한나절이 다 되어서야 느즈막이 일어난 뒤 잠시 뷔페 식당에 나왔다. 스테이크와 과일 종류를 먹었다. 웃음이 없었다. 밥을 먹고 난 뒤 방으로 들어가더니 나오지 않았다.

첫 훈련도 마찬가지였다. 예정보다 20분 늦은 오후 5시 20분 볼트는 자메이카 선수단과 함께 경산 체육공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산 체육공원은 담장이 창살로 되어있다. 구경나온 시민들과 취재진들이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약 15분 정도 몸을 풀던 볼트는 담너머에서 구경하고 있는 시민들과 취재진들에게 나가라고 했다. 시민들과 취재진들이 말을 듣지 않자 트레이너와 함께 라커룸으로 들어가버렸다. 자메이카 대표팀을 수행하는 관계자는 "볼트가 현재 상당히 민감하다"고 전했다.

시민들과 취재진이 물러나자 다시 운동장으로 나왔다. 하지만 400m 트랙 가운데 본부석 앞 60m정도만 왔다갔다했다. 그저 몸만 푸는 정도였다. 동료 선수들과 웃음을 주고받았지만 그 뿐이었다. 볼트는 약 40분 정도 몸을 풀더니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오후 7시 옷을 갈아입은 볼트는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시민들의 박수와 인사는 무시했다.

한국에 도착한지 이틀동안 볼트는 '불친절한' 자메이카인에 불과했다. 경산=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