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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빈, 1안타 1볼넷 성공복귀

음식을 씹을 수조차 없는 극심한 고통. 하지만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40여일만에 그라운드로 복귀한 KIA 김선빈. 지난달 5일 군산 넥센전에 알드리지의 직선타가 얼굴로 날아오기 전까지 그는 프로 입단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호사다마란 말처럼 부상 악령은 시샘처럼 찾아왔다.

"맞는 순간 '아, 끝났구나'하는 생각 뿐이었어요. 0.5초 동안 실수했던 것 같아요. 반듯하게 날아오길래 잡았구나 생각하고 살짝 고개를 숙였는데 그대로 맞더라구요. 아무 생각 안났죠. 한숨만 나왔어요. 마음도 아프고 너무 아쉬웠어요."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기억. 얼굴에 흔적을 남겼다.

16일 광주구장. 41일만에 복귀한 그의 코 주위에는 여러겹의 반창고가 붙어있었다. '무등 메시'란 별명다운 귀염성 가득한 얼굴에 붓기가 남았다. "멍은 빠졌는데 붓기는 잘 안 빠지네요. 이 반창고를 떼면 (붓기가) 더 올라와요. 시야에 들어올 정도로요."

코뼈와 상악골을 으스러뜨린 백팔 솔기의 야구공은 스물둘 청년의 몸과 마음에 백팔 번뇌를 안겼다. "2주간 죽만 먹었어요. 고무줄로 입을 묶어 말도 할 수 없었죠. 아기 옹알이하듯 의사표현을 했어요. 아무 생각하기 싫어 잠만 잤던 것 같아요." 김선빈은 현재도 고기를 먹지 못한다. 딱딱하거나 자극적인 음식은 금기다.

생애 첫 베스트10으로 뽑히고도 설 수 없었던 올스타전 무대는 그를 더욱 아프게 했다. "TV로 경기를 보다가 중간에 껐어요. 재미있는 것 같은데 갑자기 보기가 싫더라구요."

부상은 김선빈에게 이제 과거지사다. 팀이 그를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 그는 다시 그라운드에 섰다. 실전 2경기만에 부랴부랴 올라온 이유다. "무조건 8월 중순까지는 올라온다고 생각하고 준비했어요. 몸은 만들어진 것 같은데 경기 감각이 문제에요. 수비는 괜찮은데 타석에서 조금 어색하더라구요."

공에 대한 두려움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는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2군 경기에서도 타석에 바짝 붙었어요. 등 뒤로 날아간 공도 있었는걸요. 앞으로도 붙어설거에요. 몸에 맞지만 않는다면 괜찮아요. 수비 때 빠른 공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은 있겠죠. 경기를 치르다보면 괜찮아질겁니다."

김선빈은 특수 제작 헬멧을 쓰지 않을 예정이다. 창창한 미래 야구인생에 있어 두려움은 맞서 싸워 이겨내야하는 하나의 시험임을 잘 알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수비 훈련 도중 공에 얼굴을 맞아 이가 뿌리채 뽑히고도 악바리 정신으로 극복한 그다.

오랜만의 경기 전 훈련에 힘겨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김선빈은 미래를 이야기 했다.

"기회만 주어지면 나가서 열심히 할거에요. 팀이 다시 1위로 복귀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규정타석도 채우고 싶구요."

신은 크게 쓸 사람에게 큰 시련을 안긴다고 했던가. 김선빈은 이번 부상을 전화위복 삼아 재도전할 태세다. 생애 첫 주전 유격수로 한국시리즈를 재패하는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 41일만에 복귀전 3회 첫 타석에서 김선빈은 몸쪽 공에 전혀 두려움 없이 적극적으로 힘했다. 9구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낸 김선빈은 5회 중전안타를 기록하는 등 3타석 2타수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5회에는 2루도루를 시도하는 등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는 여전했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