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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추워 스키화 벗고 골프화 신은 루키 브래들리, 메이저 쾌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11년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 우승컵은 '무명 영건' 키건 브래들리(25·미국) 품에 안겼다. 누구도 예상못한 '깜짝 우승'이다. 골프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적 스키에 심취했던 만능 스포츠맨은 "두렵다. 5분 뒤 잠에서 깰까 봐"라며 울먹였다.

15일(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존스 크리크의 애틀랜타 어슬레틱 골프장(파70·7467야드)에서 끝난 대회 마지막 4라운드에서 브래들리는 제이슨 더프너(34·미국)와 합계 8언더파로 동타를 기록한 뒤 연장(3개홀)에서 이겼다. 지난해까지 2부투어에 있다가 올해 1부 투어로 올라온 새내기.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 우승 때도 깜짝 돌풍인가 했는데 메이저까지 손에 넣었다.

그것도 첫 메이저 대회 출전에서. 메이저 처녀 출전 우승은 역사상 세번째다. '지상 최고의 게임'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진 1913년 US오픈이 첫번째다. 당시 아마추어 프랜시스 위멧은 당대 최고 프로인 해리 바든(영국)을 이기고 우승했다. 바든은 현대 골퍼들이 제일 많이 쓰는 '오버랩 그립(오른쪽 새끼손가락이 왼손을 덮는 그립)'을 만든 인물이다. 두번째는 2003년 브리티시오픈 우승자인 벤 커티스(미국)다.

브래들리의 아버지는 지역 골프장 헤드 프로다. 고모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31승이나 거둔 뒤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팻 브래들리(60)다. 하지만 키건 브래들리는 어릴때부터 스키가 좋았다. 고교 때는 버몬트 주대표로 활약했다. 골프와 스키를 같이하다 골프로 돌아서게 된 계기에 대해 브래들리는 "어느날 스키 회전경기를 앞두고 있었는데 엄청나게 추웠다. 진눈깨비가 날리는데 '그냥 골프나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 가족들은 그의 전향을 반겼다.

마지막 라운드를 TV로 지켜본 고모 팻 브래들리는 "내가 선수시절 우승을 할때면 부모님(키건 브래들리의 조부모)은 종을 치며 마을 사람들에게 나의 우승 소식을 알렸다. 나도 오늘 힘차게 종을 쳤다"고 말했다. 브래들리 가의 유명한 '우승 종'은 골프 명예의 전당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이날 승부는 15번홀(파3)에서 갈리는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브래들리는 15번홀에서 칩샷이 물에 빠져 트리플보기를 했지만 이후 버디 2개를 추가하며 회복했다. 브래들리는 "나는 지나온 홀을 머릿속에서 지웠다"며 신인답지 않은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더프너는 15번홀 티샷이 물에 빠져 보기를 한 뒤 이후 2연속 보기로 무너졌다. 더프너는 15번홀까지 4타 차로 앞서 있었는데 결국 연장에서 생애 첫 승 기회를 날렸다.

키건 브래들리는 "2년반 전만 해도 돈이 없어 몇 백, 몇 천 달러를 벌기위해 시즌이 끝난 뒤 후터스 투어(미국 지역투어)를 돌았다. 은행 잔고가 1000달러(약 110만원) 밖에 남지 않았을 때 가족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내 꿈(투어 프로)을 지켜줬다. 눈물이 난다"고 했다. PGA챔피언십 우승상금은 144만달러(약 15억8000만원)다.

이로써 올해 메이저 대회는 전부 '메이저 처녀 우승'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마스터스는 찰 슈워젤(남아공), US오픈은 로리 매킬로이, 브리티시오픈은 대런 클라크(이상 북아일랜드)가 우승했다.

재미교포 나상욱은 합계 2언더파 공동 10위로 대회를 마쳤고, 최경주는 합계 4오버파 공동 39위에 랭크됐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