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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KIA, 보통사람의 시대 열다

보통사람의 성공 시대. 희망이 있고 감동이 있다.

KIA 야구에 '보통 사람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 속에 출전 기회를 얻은 '보통 선수'들이 보통 이상의 활약으로 위기의 팀을 떠받치고 있다.

13일 삼성전 승리는 '보통 선수들의 승리'였다. 이현곤 신종길 홍재호가 주역이었다. 이현곤과 신종길은 각각 5타수 3안타로 무려 7타점을 합작했다. 홍재호도 3타수 3안타 2타점으로 역전승을 이끌었다.

전날 에이스 윤석민을 투입하고도 패해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 1회부터 0-2로 끌려갔던 KIA는 2회 홍재호가 삼성 선발 배영수로부터 중전 적시타를 때리며 1-2로 추격했다. 4회 이현곤의 동점타와 신종길의 적시 2루타로 역전에 성공한 KIA는 5회 홍재호 이현곤의 적시타로 쐐기를 박았다.

공교롭게도 세 명 모두 시즌 초엔 백업 멤버였다. 국내 최고의 준족을 뽐내는 신종길은 타이밍 포착에 어려움을 겪었다. 노 스트라이드 타법으로 빠른 공 대처는 이뤄졌지만 변화구에 약점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줄부상 속에 주전으로 나서면서 왼다리를 살짝 들어올리듯 타격폼을 바꾸면서 타이밍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4회 중월 적시 2루타도 배영수의 낮은 변화구를 걷어 올린 타구였다. 삼성 배터리가 예전의 신종길을 생각하고 헛스윙하기 딱 좋은 공이라고 판단을 해 내놓은 볼배합이었다.

홍재호는 이범호의 입단 등으로 풍성해진 내야 구도 속에 좀처럼 1군 승격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일단 기회가 찾아오자 특유의 근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5회 배영수와 끈질긴 승부 끝에 안타를 뽑아내는 장면은 악바리 근성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베테랑 이현곤은 김선빈 부상 이후 공-수에서 놀라운 활약으로 팀 안정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장본인. 밀어치기에 능한데다 찬스때의 집중력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전매특허인 수비 안정감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 이현곤은 '마지막 기회'라는 정신과 책임감으로 천금같은 활약을 하고 있다.

이범호까지 쓰러지면서 당장 붕괴될 것만 같았던 KIA는 악전고투 속에 여전히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다. 보통사람들의 힘이다. 보통사람들이 힘을 쓸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고 팀 분위기를 만들어온 지도력도 무시할 수 없다.

로페즈, 트레비스의 부상 공백 동안 KIA 마운드는 김희걸, 박경태 등이 임시선발을 맡아 공백의 티가 안나게 하는 활약을 펼쳐왔다.

만약 KIA가 '가을의 영광'을 차지할 경우 이는 스타급 선수들만의 몫이 아니다. 팀이 가장 어려울 때 온 몸을 불태우며 붕괴를 막은 지금의 '보통 선수' 활약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