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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구장 황당화재, '소방수' 오승환이 내려오자 진짜 소방수가 출격했다.

"제가 불 끄러 갈까요?"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소방수' 오승환이 또 다시 출격할 뻔했다. 마운드에서 '불'을 끄고 한미일 최소경기 200세이브 기록을 달성한 직후, 이번에는 진짜 활활 타오른 '불'을 끄러 갈 테세다. 그러나 이 임무는 대구구장에 출동한 '진짜' 소방차와 소방수들이 맡았다. 오승환은 멀리서 이 광경을 보며 멋쩍은 미소만 짓는다.

오승환이 한미일 최소경기(334경기) 200세이브 기록을 달성한 12일 대구구장. 관중과 팀 동료, 취재진들이 온통 대기록 달성을 축하하는 기쁨의 무대에 매우 보기 드문 해프닝이 벌어졌다. 오승환의 대기록 달성을 기념하는 폭죽쇼가 진짜 화재로 이어진 것. 오승환이 방송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이 대구구장 전광판 좌측 상단에 설치된 폭죽 발사대 쪽에서 불이 났다. 워낙에 폭죽을 대규모로 터트린 탓에 불똥이 잘못 튀면서 생긴 것이다. 다행히 관중과는 멀리 떨어진 전광판 최상단 위쪽에서 소규모로 벌어진 화재라 큰 피해로 연결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벌어진 추가 상황들 때문에 관중들은 황당해하면서도 박장대소했다. 불이 계속 타오르며 연기를 내뿜자 급기야 인근 소방서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소방차가 긴급 출동하기에 이르렀다. 지휘 차량 1대와 소방차 3대 등 총 4대의 차량이 대구구장 안으로 들어왔고, 소방수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프로야구의 '소방수' 오승환이 세계 최고기록을 달성하는 자리에 진짜 소방수들이 출동한 것이다. 불이 타오르고 연기가 번져 다른 때 같으면 긴급 상황으로 여겨졌겠지만, 축제 무대에 벌어진 이 아이러니한 상황앞에서 심각해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천만다행으로 관중석과는 아주 멀리 동 떨어진 장소라서 마치 오승환을 축하하는 또 다른 '이벤트'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화재는 화재다. 소방수들의 임무는 이를 조기에 진화하는 것. 소방차는 외야 펜스 앞에서 긴 물줄기를 뿜어내며 진화에 나섰다.

때마침 인터뷰를 마친 오승환. 멀리서 화재 진압 장면을 지켜보다 촌철살인의 한 마디를 내놨다. "제가 (불) 끄러 갈까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황당했던 지 오승환은 좀처럼 보기 힘든 웃음을 지으며 농담을 건넸다. 이에 오승환과 취재진이 크게 웃는 사이 불은 금세 진압됐다. 프로야구 최고 '소방수' 오승환의 포스가 깔린 대구구장에서 '불'은 언제나 조기진압되기 마련이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