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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남은 자의 고통, 줄부상 파급효과는 어떻게 오는가

타율=0.167, OPS(출루율+장타율)=0.494, 경기당 평균 득점=2.7점, 총 도루수=1

지난 한주 6경기에서 기록한 KIA의 타격 성적표다.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3승3패로 5할 승률을 지킬 수 있었던 건 실점을 최소화한 덕분이었다.

전반기 타격 1위 팀 KIA 타선의 고난. 불가항력의 당연한 결과다. 후반기 이범호-최희섭-김상현의 클린업트리오가 부상으로 한꺼번에 이탈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탓이다. 하지만 악재를 감안하더라도 붕괴 속도는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는 느낌이다. 왜 그럴까.

▶예사롭지 않은 타선의 집단슬럼프 기미

KIA 타선은 클린업트리오 부재 상태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다. 최고의 톱타자 이용규가 건재하고 나지완 안치홍 김원섭 이종범 김상훈 차일목 김주형 등 우수선수들이 고루 타선에 포진돼 있다. 하지만 이들의 페이스는 주춤하다. 펄펄 날던 이용규는 최근 6경기 2할2푼2리에 그치고 있다. 나지완 김원섭 김상훈 차일목도 6경기에서 부진하다. 득점력이 뚝 떨어진 이유다.

▶체력소모+집중견제 이중고와의 사투

부상으로 빠진 선수의 스트레스는 설명이 필요없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의 고통도 만만치 않다. 핵심 선수의 이탈은 'N분의 1'의 물리적 손실로만 계산할 수 없다.

남은 선수들에게는 플러스 알파의 거대한 쓰나미급 악영향이 몰려온다.

당장 체력이 문제다. 득점력이 떨어지니 접전이 많아지면서 체력 소모가 심해진다. 가뜩이나 한 시즌 중 가장 힘들다는 혹서기 시리즈 중인 터. 그렇다고 힘들다고 말할 분위기도 아니다. 바꿀 선수가 부족하니 어지간한 통증은 참고 뛰는 수 밖에 없다. 지난 6경기에서 도루 시도 자체가 단 1번에 그쳤다는 사실이 KIA 야수들의 체력 고갈 상황을 대변한다. 이런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집중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예기치 못한 부상을 입을 위험이 커진다. 줄부상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하던 집중 견제도 극복과제다. 거물 타자 앞 뒤에 존재하던 후광 효과가 싹 사라진다. 살아남은 몇몇 주요 선수들에게 집중 견제가 쏟아진다. '걸러도 좋다'는 마음으로 어렵게 승부한다. 유인구에 한두번 쫓아나가다보면 밸런스가 무너지고 슬럼프가 온다. 고르지 못한 타선을 상대하는 상대 벤치와 투수 입장에서 '선택과 집중'은 당연한 전략이다.

KIA 벤치로선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답답한 노릇. 파김치가 된 몸으로도 이를 악물고 그라운드에 나서는 남은 선수들에게 주문할 수 있는 건 오직 정신력 뿐이다. 하지만 육체가 따라오지 못하는 정신력의 기적에는 한계가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