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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박주영-이충성 7년스토리, 원톱으로 만나다



30여년전 발행돼 지금까지도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정상에서 만납시다(지그 지글라 씀)'란 책이 떠오른다. 19세 두 청년이 자신들의 꿈을 이뤄 정상에서 만나는 데는 꼭 7년이 걸렸다.

박주영(26·AS모나코)과 이충성(26·일본명 리 다다나리·히로시마)의 첫 만남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소년 대표팀의 부름을 받고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입소했다. 같이 훈련했지만 박주영은 살아남았고, 이충성은 끝내 태극마크를 달고 뛰진 못했다.

꿈은 같았다.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A대표팀의 일원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둘이 처한 상황은 너무나 달랐다. 박주영은 이미 촉망받는 차세대 선두주자였다. 청소년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였다. 이충성 역시 스피드와 발재간은 인정받았지만 몸싸움 능력이 떨어지고 체력이 다소 약했다.

이충성은 나중에 "당시 마음고생이 심했다. 한국어 표현력이 부족해 동료들로부터 '반쪽자리(X바리)'라는 손가락질도 받았다"며 재일교포 4세로서의 정체성 때문에 고민했음을 털어놨다. 이충성은 다시 일본으로 떠났고, 2007년 일본국적으로 귀화했다. 가장 큰 이유는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였다. 큰 물에서 축구를 하고 싶다는 꿈을 위해 귀화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당시 올림픽대표팀을 강화하고 싶었던 일본축구협회의 끈질긴 구애작전도 물론 주효했다.

이후 박주영과 이충성 모두 축구선수로서 훌륭하게 성장했다. 박주영은 기대대로 박지성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 대표팀의 주장으로 한국 축구의 대들보가 됐다. 이충성 역시 올해 초 아시안컵에서 일본 A대표팀에 합류해 호주와의 결승전 연장 결승골로 국민 영웅이 됐다. 이충성은 재일교포 사회에서 가장 성공한 청년 롤모델이 됐다.

둘은 오늘밤 한-일전에서 양국 공격의 맨 앞자리인 원톱으로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 조광래 감독은 박주영을 원톱으로 기용할 것임을 수차례 밝혔다. 자케로니 일본 감독은 연막작전이 주특기지만 4-2-3-1 포메이션의 맨 앞자리는 J-리그 득점선두(10골) 이충성을 위해 비워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충성은 9일 "한국 청소년 대표팀 훈련에 합류했을 당시 박주영, 정성룡과 함께 뛰었다. 박주영은 당시에도 굉장한 선수였다.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주영과의 대결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인다.

일단 모든 면에서 박주영이 앞선다. 이충성은 이제 A매치 4경기에서 1골을 넣었을 뿐이다. 박주영은 두 차례 월드컵을 경험했고, A매치 52경기에서 17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과거와 수치는 한-일전에선 중요치 않다. 오늘밤, 둘의 불꽃튀는 한판 승부가 펼쳐진다. 삿포로=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