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한일전]'영원한 캡틴' 박지성의 향기가 그리웠다

'삿포로 참사'를 당한 조광래호에는 리더가 보이지 않았다.

2008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A대표팀 캡틴은 박지성(30·맨유)이었다. 일단 그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팀을 이끌었다. 선배과 후배 사이, 선수와 코칭스태프 사이에 막혀 있던 소통 부재의 벽을 허물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경기력이 더 향상되는 유럽 축구 스타일의 팀 분위기를 대표팀에 건의했다. 고집이 세기로 소문난 허정무 전 A대표팀 감독도 귀를 열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축구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무엇보다 실전에선 정신적 지주였다. 볼이가는 곳마다 그가 보였다. 그의 발에서 공격이 시작됐다. '박지성 시프트'를 가동할 정도로 전술의 핵이었다. 측면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옮겨 공격의 파괴력을 더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젊은 선수들에겐 롤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선배들에게도 귀감이 됐다. 나무랄데 하나없는 후배였다.

박지성은 2000년 12월 20일 한-일전에 생애 처음으로 출전했다. 이후 7번의 한-일전이 더 치러졌지만 박지성은 없었다. 부상과 차출 규정에 막혔다. 결국 9년 5개월여란 시간이 흘러 2010년 5월 통산 두 번째 한-일전에 출전할 수 있었다. 당시 박지성은 전반 6분 만에 벼락같은 골을 성공시켰다.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흐른 볼을 잡아 세명의 수비수를 뿌리치고 페널티지역까지 단독 돌파한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천천히 일본 팬들을 응시하며 그라운드를 돌았다.

10일 한-일전(0대3 패)에는 리더가 보이지 않았다. 흔들리던 경기력과 정신력을 잡아 줄 선수가 없었다. 올해 초 카타르아시안컵 이후 태극마크와 함께 주장 완장까지 반납한 박지성의 리더십은 '뉴 캡틴' 박주영(AS모나코)에겐 찾아볼 수 없었다. 박지성의 부재는 그가 국가대표를 은퇴한 뒤 계속해서 나온 얘기였다. 어느 정도 박주영이 메워주는 듯했다. 지난 4경기에서 3승1무를 기록했으니 그럴듯해 보였다. 그러나 이날 한-일전에선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던 정신력에 채찍질을 가하지 못했다. 결국 57년 만에 한-일전 사상 최다골차 패배를 떠안아야 했다. 박지성의 향기가 그리웠던 한판이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