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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4년차' 묵묵히 뛰는 LG 손인호



두 번의 전훈 제외, 하지만 팀은 언제나 그를 다시 찾았다.

올해로 데뷔 14년차를 맞은 LG 외야수 손인호(36)의 이야기다. 그는 이병규(37)에 이어 팀내 두번째 최고참 선수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1군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LG 외야는 이른바 'BIG 5'로 인해 지난해부터 과포화 상태였다. 6월17일 올시즌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됐으나, 2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뒤 또다시 2군행을 통보받았다.

주축 선수들이 하나둘씩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다시 기회가 왔다. 1군 무대를 밟은지 5일 만인 7월15일 부산 롯데전에서는 선발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더군다나 상대는 친정팀, 장소 역시 안방이던 사직구장이었다. 손인호는 이날 4타수 1안타 1타점으로 시즌 첫 안타, 첫 타점을 신고했다. 다음 날에는 2-4로 뒤진 8회초 대타로 나와 극적인 동점 투런포를 날렸다. 팀은 역전패했지만, 잊혀질 뻔했던 그의 이름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 날이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덤덤했다. 그는 "친정팀이라 특별히 힘이 난 것은 아니다. 이제는 롯데와 만나도 아무렇지 않다. 다른 팀과 똑같다"면서 "사실 좋지 않게 트레이드돼 한동안은 롯데전에서 이 악물고 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손인호는 지난 2007년 7월,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이틀 앞두고 10년 동안 몸담았던 롯데를 떠나야만 했다. 2대2 트레이드로 LG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것. 2006년에 팀의 주장까지 맡았던 그에게 트레이드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이적 전 극심한 부진으로 2군에 머물렀지만, 팀 내 주축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을 트레이드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정든 고향 부산을 떠났지만, 오히려 야구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이듬해인 2008년에는 77경기에 출전해 2할6푼7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LG는 2009년 FA(자유계약선수) 이진영을 영입하고, 2010년에는 히어로즈로부터 이택근을 데려왔다. LG에서도 그의 자리는 점점 좁아졌다. 결국 지난해와 올해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손인호는 이에 대해 "1군에서 뛰고 싶어도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 않나. 2군 생활이 길어지니까 기분도 좋지 않았고,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다시 1군에서 뛰고 있는 만큼 내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그는 최근 외야 글러브 대신 1루 미트를 끼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경기 막판 상대 투수에 따라 대타로 나오는 일이 많아지면서 1루 수비에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 늘어난 것. 훈련 때는 1루 수비만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손인호는 "사실 예전에 1루수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오랜만에 1루에 들어가니 어색해서 공이 오는 것도 두렵더라. 대타로 경기 내내 대기하는 것도 정말 어렵다. 하지만 이젠 적응이 된 상태"라며 미소지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