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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69 김동찬, 메시가 꾼 꿈 나도 꾼다



지난 6일 K-리그 강원-전북전에서 18분만에 '번개' 해트트릭(리그 최단시간 신기록)을 작성한 김동찬(25·전북).

그를 처음보는 이들은 세 번 놀란다.

먼저 공격형 미드필더와 공격수가 포지션인데 키가 1m69다. 축구 선수로선 작다. 성장 호르몬 장애를 겪은 FC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1m69)와 같다. 김동찬은 중학교 때 키가 지금 키다.

두번째, 작지만 파워에선 밀리지 않는다. 타고난 강골에 이를 악물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해 체격을 키웠다. 세번째, 그는 표범보다 민첩하고 다람쥐보다 빠르다.

한때 키때문에 꿈을 접을 생각도 했지만 김동찬은 인생의 터닝포인트에서 계속해서 기회를 잡고 위로 올라갔다.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찬스를 현실로 만들었다.

수원 출신으로 중3때 제주 서귀포로 전학 간 김동찬은 서귀포고 1학년때 전국체전 결승전 결승골을 넣으며 이름을 알렸다. 고교 3년간 50골을 넘게 터뜨린 '제주 마라도나'는 대학 스카우트들을 흥분시켰다.

하지만 축구 명문 고려대를 뒤로하고 확실한 주전을 꿰찰 수 있는 호남대를 택할 만큼 자기 주관이 뚜렷했다. 호남대 1학년때 일찌감치 경남의 창단멤버로 프로에 데뷔했지만 프로는 달랐다. 공격만 가능한 공격수는 빵점이었다. 수비 가담 등 궂은 일은 하지 않고 오로지 페널티 박스로만 직진하는 김동찬에게 코칭스태프는 출전 기회를 주지 않았다. 2006년과 2007년 2년간 13경기에서 1골에 그쳤던 김동찬은 김동찬은 어느새 '미운 오리 새끼'가 돼 7년말 경남 구단의 '방출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었다.

2008년 경남에 부임한 조광래 감독(현 A대표팀 사령탑)은 선수 찾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 김동찬의 패싱력과 발재간, 골결정력을 눈여겨본 조 감독이 김동찬을 살렸고, 이후 혹독하게 조련하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많이 뛰게하며 '게으른 천재'를 탈바꿈시키려 했다. 이후 김동찬은 경남의 주전 공격수로 성장했고, 2009년엔 허정무 감독에 의해 A대표팀에 발탁되기도 했다.

올해 전북으로 이적한 김동찬은 4월에만 3골을 넣었지만 이동국-에닝요-루이스로 짜여진 공격라인을 비집고 들어가기 힘들었다. 여기에 정성훈 이승현도 있다.

최근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좀더 많이 뛰고, 패스하는데 주력하던 김동찬은 루이스와 에닝요의 임시 휴가를 틈타 공격라인에 가세했고 해트트릭으로 확실하게 존재감을 과시했다.

최강희 감독은 "김동찬은 부지런하진 못해 아쉽다. 본인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찬스에서 결정짓는다면 더 큰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적 첫해 8호골을 기록중인 김동찬. 그에게 축구인생 '다섯번째 갈림길'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물론 성공하려면 또다시 변해야 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