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류현진 잃은 한화 박정진이 있기에...

에이스 류현진을 잃은 한화가 그래도 희망의 빛을 봤다.

중고참 좌완 불펜 박정진(35)이다. 박정진은 팀에서 '인간승리의 대명사'로 통한다.

한대화 감독은 박정진을 볼 때마다 "어휴, 그 때 저 친구를 버렸으면 어떡할 뻔 했느냐"고 대견스러워 한다.

1999년 한화에 입단한 박정진은 13년차 터줏대감이지만 빛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2009년 시즌이 끝난 뒤에는 방출 대상자의 명단에 올랐다.

더이상 별 볼일 없으니 유니폼 벗으라는 얘기였다. 선수에게는 사실상 사형선고였던 것이다. 하지만 구세주 한 감독이 나타났다.

새로 부임한 한 감독에게는 똘똘하게 볼 잘 던졌던 연세대 시절 박정진의 가능성이 더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버릴 선수가 아닌데, 마지막 기회를 한 번 더 줘보자"고 극적으로 살생부에서 뺐다.

박정진은 그 때를 회상하면 "새로운 인생을 찾은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박정진은 자신을 인정해준 스승 앞에서 다시 힘을 냈다.

작년 시즌 56경기에서 2승4패10세이브6홀드, 방어율 3.06으로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준 박정진은 올시즌 한화의 상승세를 이끈 주역이 되기도 했다.

한화가 4월의 부진을 털고, 5, 6월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을 때 '박정진 효과', '정진불패'라는 유행어를 낳게 하며 나잇값을 제대로 했다.

올시즌 최고의 시기였던 지난 5월 11경기에 출전한 박정진은 2승1패3홀드1세이브 기록하며 0점대 방어율(0.98)을 자랑했다. 6월까지 합치면 방어율이 2.05(2승1패6홀드4세이브)로 약간 주춤했지만 팀에서는 여전히 알토란같은 존재였다.

그랬더 그가 7월 한 달 동안 9경기에서 1패만 안은 채 방어율 6.30으로 추락했다. 7월은 에이스 류현진이 등근육 부상 때문에 통째로 쉬었던 기간이라 한화의 고민은 더 컸다.

하지만 오뚝이같은 야구인생을 살아온 박정진은 다시 일어섰다. 6일 LG전에서 나타난 '박정진 효과'는 한화에 새로운 답을 제시했다.

한 감독은 이날 류현진이 올시즌 두 번째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진데 따른 응급책으로 마일영을 705일 만에 선발 투입했다. 방어율 6점대인 마일영에게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가능한 4, 5이닝까지 버텨주면 불펜 자원을 최대한 가동해 '돌려막기'를 할 생각이었다.

예상대로 마일영을 1실점 뒤 4이닝 만에 강판시킨 한 감독은 박정진 승부수를 던졌다가 적중했다. 박정진은 3⅓이닝 동안 2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4승(3패)째를 챙겼다. 팀도 4연패에서 탈출해 기쁨이 더 컸다. 박정진이 3⅓이닝이나 장시간(?) 막아준 것은 지난 5월 18일 두산전에 이어 두 번째다. 박정진이 오래 버텨줄수록 선발의 부담도 준다.

그만큼 류현진이 없는 한화로서는 연명해 나갈 수 있는 길이 생기는 것이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박정진이 '정진불패' 신화를 다시 쓸지 관심이 모아진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