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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채원, 사극의 새로운 여성상 그리나? '동이' 한효주와 닮은꼴 '눈길'

더 이상 수동적인 양반집 규수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당찬 언사를 내뱉는 활기 넘치고 능동적인 조선의 여인을 보여주고 있다.

KBS2 수목극 '공주의 남자'에서 문채원이 연기하는 여주인공 세령 얘기다.

전통적으로 안방극장 사극에서 여성은 몸가짐과 행동이 반듯하고 정사를 돌보는 남성에게 가려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지기 마련이었다. 늘 진지한 모습을 하고 남성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캐릭터가 대부분이었다. 아니면 투기에 눈이 멀어 악행을 일삼으며 표독스러운 표정을 드러내는 부정적인 인물로 그려져 종국에는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를 극대화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할 때가 많았다. 혹은 남성 권력자 뒤에서 그들을 조정하는 간악한 인물로 그려지기도 한다.

'추노'에서 이다해가 '민폐 캐릭터' 논란에 중심에 설 수밖에 없었던 것도 남성적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주인공들 사이에서 언년(이후 혜원)이 한 없이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틀을 깨부순 연기자가 드라마 '동이'의 한효주다. 지진희가 근엄한 임금이 아닌 '깨방정 숙종'으로 변신해 화제를 낳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동이라는 인물을 한효주는 지금까지 사극에서와는 다른 색깔로 덧칠했다. 밝고 쾌할한 모습에서 사랑스러움을 극대화했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불굴의 신념을 가진 여인으로 그려냈던 것. 한효주 특유의 상큼함이 더해지면서 동이는 그간의 사극에서 보여진 여성 캐릭터와는 성격을 달리했다. '선덕여왕'의 미실이 지략가로서 강한 카리스마와 표독스러움을 동시에 드러낸 것과 또 다른 이미지를 형성한 것이다.

'공주의 남자'에서 문채원이 연기하는 세령 또한 사극에서 새로운 여성상을 그려내는 듯하다.

세령으로 인해 드라마의 모든 갈등이 시작된다는 이유로 '민폐 캐릭터' 논란에 휩싸이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갈등의 축을 이루는 핵심 인물로서 받아들여야 할 운명일 뿐 캐릭터가 가진 근본적인 특징은 다르다.

세령은 호기심 많고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풋풋한 말괄량이 캐릭터로, 또 그 호기심 때문에 벌어진 엄청난 시련 앞에 당차게 자기 주장을 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때로는 아버지 수양대군(김영철)과 자신의 가문을 위해 '침묵'으로 대응하고, 경혜공주(홍수현)와의 불꽃튀는 대결에서는 당당하고 설득력 있는 언변을 무기로 절대 밀리지 않는다.

문채원 특유의 발랄하고 상큼한 이미지는 세령이라는 인물을 그간 사극에서 보여진 여느 여인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이끌어낸다. 어찌보면 현대극과 사극의 느낌이 중첩되는 듯 보이면서 묵직한 주제와 대비되는 독특한 맛을 살리고 있는 셈이다.

색다른 매력을 가진 여주인공의 등장 덕분인지 '공주의 남자'는 3일 방송에서 17%(AGB닐슨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수목극 1위를 차지했다. 세령이 자신 때문에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힌 승유(박시후)를 살리기 위해 아버지 수양대군에게 간곡히 애원하는 모습이 그려져 애틋함을 더했다. '원수 가문'의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는 지독한 스토리를 '공주의 남자'가 앞으로 어떻게 풀어낼 지, 문채원의 캐릭터는 그 안에서 어떤 평가를 낳을 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