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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홍재호 데뷔 첫 홈런, 위기 속 기회 잡을까

잡느냐, 못잡느냐. 그것이 숙제다.

주전선수들의 갑작스러운 부상은 때로는 '뉴 스타'를 탄생시키곤 한다. 삼성 용병 라이언 가코의 부상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1군에 올라왔던 모상기가 그 좋은 예다. 비록 지금 다시 2군으로 내려갔지만, 모상기는 삼성 팬들에게 이미 자신의 이름을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가능성을 보였기에 언제든 다시 1군에서 활약할 수도 있다. KIA에도 그런 인물이 나타날 조짐이 보인다. 2년차 내야수 홍재호(24)가 그 주인공이다.

부산고-고려대를 거친 홍재호는 지난해 1차 7번(전체 51순위)으로 KIA에 입단한 홍재호는 지난 3일 잠실 두산전에서 프로데뷔 첫 홈런을 터트렸다. 이날 벤치에 머물던 홍재호는 주전 2루수 안치홍이 7회초 2루 슬라이딩을 하다 허리통증으로 구급차에 실려나간 뒤 7회말부터 경기에 투입됐다. 7, 8회 안정적인 수비솜씨를 보인 홍재호는 9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첫 타석에서 코칭스태프와 팬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솔로홈런을 날렸다. 3-5로 뒤진 상황에서 두산이 마무리로 투입한 노경은과 풀카운트 승부를 펼치다 6구째 직구(시속 146㎞)를 받아쳐 좌측담장을 넘긴 것.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동시에, 팀에는 '뒤집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안겨준 홈런이었다.

비록 KIA는 이후 더 이상 점수를 내는 데 실패했지만, 교체 투입 후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친 홍재호의 모습은 인상깊었다. 게다가 이 홈런은 데뷔 후 날린 첫 번째 홈런이다. 홍재호는 "얼떨떨하다"는 말로 당시 심경을 표현했다. 179㎝, 77㎏의 탄탄한 체구를 갖춘 홍재호는 비교적 안정된 수비력에 빠른 발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1군에서 24경기에 나와 3안타를 쳤는데, 모두 2루타였다. 단지 타력이 조금 떨어질 뿐 가능성은 풍부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KIA 1군 내야에는 그간 홍재호가 들어갈 만한 자리가 없었다. 이미 김선빈-안치홍이라는 붙박이 주전들이 있었고, 백업멤버로 이현곤과 박기남이 단단히 뿌리내린 상황. 그래서 홍재호는 2군에서 머물며 기회를 기다렸다. 2군에서의 성적은 준수했다. 66경기에 나와 타율 2할8푼6리(231타수 66안타)를 기록했고, 2루타는 17개로 남부리그 전체 3위다.

그렇게 기량을 다져온 홍재호는 아이러니하게도 팀의 위기로 인해 기회를 잡은 케이스다. 지난 7월30일 최희섭과 김상현 로페즈 등 주전들이 부상으로 전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1군으로 승격됐다. 게다가 첫 홈런도 안치홍이 구급차에 실려나가며 경기에 투입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안치홍이 큰 부상은 아니어도 당분간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라 홍재호는 당분간 팀의 2루를 맡을 전망이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 이것을 잡느냐, 못 잡느냐가 홍재호의 숙제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