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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만난 이청용 만감교차, 그래도 웃었다

야단 한번 치지 않은 착한 아들이다. 어느 부자보다 정이 두텁다. 성인이 된 아들은 여전히 '아버지'보다 '아빠'가 더 익숙하다.

얘깃거리가 많은 부자다. 중학교 3학년 때 아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프로에 입단하려하자 아버지의 심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들을 이길 수 없었다. 반대보다는 믿음을 선택했다.

아들이 프로생활을 한 지 어느덧 8년이 흘렀다. 부상은 남의 일인줄 알았다. 아들이 쓰러진 순간 아버지는 현실이 아니길 기도했다. 그러나 바람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이청용(23·볼턴)이 3일(이하 한국시각) 이국 땅에서 아버지 이장근씨(51)를 맞았다. 이씨는 아들의 매니지먼트사인 김승태 티아이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대표와 함께 2일 출국, 이날 새벽 볼턴에 도착했다.

목발을 짚은 아들을 본 순간 억장이 무너졌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지만 눈물을 흘릴 수 없었다. 이청용도 부상 후 가족과의 첫 대면에 만감이 교차했다. 부자는 감정을 조절했다. 어차피 과거를 되돌릴 순 없다.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다. 부자는 곧 웃음을 찾았다.

이청용은 31일 뉴포트카운티와의 프리시즌 연습경기에서 전반 25분 톰 밀러의 강한 태클에 오른 정강이가 2중 골절됐다. 병원에 후송돼 곧바로 수술을 받았다.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이청용은 1일 퇴원, 웨일스 뉴포트에서 볼턴으로 이동했다. 그는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지에서 보니 수술이 아주 잘 됐다. 절개 부분을 최소화 해 뼈를 접합한 것 같다. 축구 선수 생명에 직결되는 발목과 무릎 수술이 아니라 오히려 다행이라고 자위했다"며 "통증도 많이 완화됐다. 부상 악몽에서 탈출해 심리적으로 많이 안정을 찾았다"고 전했다.

위로의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볼턴 주장 케빈 데이비스(34)는 이날 볼턴 홈페이지를 통해 "이청용의 부상에 참담한 심정이다. 사람도 좋고 축구를 정말 사랑하는 동료다. 크게 다쳐 모두가 상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청용의 든든한 후원자다. 2009년 8월 볼턴으로 이적할 때 가장 따뜻한 손길을 내민 주인공이 데이비스다. 지난해 33세의 늦깎이 나이에 잉글랜드대표팀에 첫 발탁된 후 "이청용 등 동료 덕분"이라고 고마워했다. 뜨거운 동료애는 변함이 없다. 데이비스는 이청용이 병원에 후송될 때도 함께했다.

그는 "이청용이 볼턴 집에 있으니 계속해서 문병 갈 것이다"라며 "이청용이 새 시즌을 대부분 뛸 수 없지만 여전히 팀에서 중요한 선수다. 그가 부상을 잘 극복해낼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볼턴은 이청용이 회복하는 데 최소 9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